그리운 친구여! 정다운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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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여! 정다운 친구여!
  • 장상현/인문학박사,수필가
  • 승인 2019.01.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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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인문학박사, 수필가

 

 

대전역에서 제천으로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즐거운 공상을 하고 있는데 몸이 약간 뒤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있자 육중한 열차의 조심스런 출발이 느껴진다. 정확히 오전 11시 55분!

며칠 전부터 누가 참석할지 또 일 년 만에 달라진 모습은 없는지... 미리 전화해 보면 누구누구가 참석한다는 것을 알 수 있건만 괜히 미리 알면 김빠진 맥주 마시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애써 자제하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많지 않은 손님을 싣고 숨 가쁘게 달린다. 어느덧 증평을 지나니 도심의 그림자를 벗어나 실골의 정취가 계속된다. 날씨가 따뜻한 편이지만 겨울은 겨울! 들과 거리에는 사람들의 자취마저 싸늘하다. 간간이 지방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 몇 대의 움직임이 고작이다.

지루함을 달래려고 책을 펼쳤으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저녁때 만날 얼굴들만 눈앞에 어른거리고 통 다른 생각은 없다. 열차는 빠른 속도로 잘 달리건만 왜 이렇게 느린 것 같은지.

 

이제 제천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후 4시 모임이라니 아직 여유는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우선 오늘 자야 될(누님댁)곳부터 가보고 약간의 휴대한 소지품을 맡겨놓는 것부터 처리한 후에 다음 행동을 하리라 생각했다. 열차에서 내려 제천 시내버스를 타고 약 20분쯤을 간 후 매우 낯익은 낡은 시골 도로변 정류장에서 내려 동네 시장으로 향했다. 뭐라도 사들고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의 집에 방문 할 때는 반드시 작은 것이라도 사 가지고 인사를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철칙으로 지키고 있고, 자식들에게까지도 늘 교육을 시킨다.

 

마침 누님은 오전운동(걷기)을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매번 보는 얼굴이지만 약간 살이 오른 보기 좋은 중년을 지난 초로의 얼굴이다. 만면에 웃음을 띄고 반겨주시는 누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고작 동창회 오면서 하룻밤 신세를 져야하니 말이다. 인사를 마치고 나서도 약 40분정도 여유시간이 있다. 그동안 바로 뒷동산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묘소에 참배를 해야겠다.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소주 1병에 종이컵 하나들고 산에 오른다. 나즈막한 산이다 정리가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할아버지 묘소로부터 차례로 인사드리며 건강하게 화목한 가정을 잘 영위해가고 모두의 건강과 직장까지 도움을 주시는 조상 어르신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참배를 마치고 약속한 장소로 갔다. 약 5 ~ 6분정도 지각이다. 문을 열자 벌써 많은 친구들이 모여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약20여 명은 됨직하다. 우리는 졸업생이 52명인데 그중 연락이 되는 인원이 약 26명 정도라 한다. 한수, 철수, 기수 등의 남자 친구들과 옥선, 태순, 순임, 영순 등 여자 친구들도 제법 많이들 모였다. 매년 보는 얼굴이지만 새롭다. 그리고 모두들 건강해 보인다. 벌써 얼굴이 불그스레한 친구도 있다. 한 바퀴 돌면서 악수와 안부 인사를 마치고 앉자마자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어느 선생님이 호랑이고, 짓궂은 짓을 많이 한 친구며 어느 여자 친구가 제일 예뻤었는데.... 누구와 누구는 얼러리 꼴러리 등 터무니 없는 소문에 가까운 이야기로 분위기는 까르르하는 웃음의 연속이다. 문득 졸업 후 50 여년 만에 처음 참석한 옥영이도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누군가 이제 끝내자는 말에 그냥 헤어질 수 없어 노래방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낸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스케줄이다.

모든 시간 계획을 마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친구들. 모든 걱정이 씻은 듯 없어짐은 모두의 마음이리라. 온몸과 정신은 말끔히 청소된 것 같고, 술은 취했는데 마음이 개운한 것은 정겨운 초등학교 동창들의 고운 마음이 모두 오버랩 되어 마음 구석 깊이 안착되었기 때문이리라. 이튿날 가벼운 마음으로 대전에 도착하면서 티 없고 순수한 동창생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조용히 기도해 본다.

학창시절 은사님께서는 동창들 가운데는 지기를 얻을 수 있으나 여인에게서는 진정한 지기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를 잘 아는 동창들끼리의 의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 말이다.

 

이정하 시인의 그리움에 대한 시가 가슴 깊은 곳에서 살아 나온다.

 

내가 사는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거든

 

그대가 그리워

흔들리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유난히 별빛 반짝이거든

 

이 밤도 그대가 보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인 줄 알라

 

 

#광장21 #장상현 #그리운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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