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자건(唾面自乾)의 교훈 / 은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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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면자건(唾面自乾)의 교훈 / 은희란
  • 박선희 기자
  • 승인 2019.06.2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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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침을 밷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은희란 /시인.시낭송가
은희란 /시인.시낭송가

동네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요즘 운동이 절실해져 지인을 따라 처음 방문한 날이었다. 운동화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탓에 신발장에 있는 실내화 하나를 꺼내 신었다. 그곳엔 노란색 실내화가 구비되어 있었는데도 모르고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실내화를 꺼내 신었다.

잠시, 이 기구 저 기구를 조금씩 해보고 첫날이라 일찍 집에 가려고 신발을 바꿔 신기 위해 실내화를 벗어 신발장에 올려놓는 순간 젊은 청년이 다가와 왜 내 신발을 신었느냐며 따지듯 묻는다.

당황하여 “공용 실내화인줄 알고 모르고 신었어요, 죄송해요.”라고 했더니 “남의 신발을 신으면 어떻게 하느냐” 한다. 순간 그의 얼굴에는 화가 보였다. 첫날이라 모르고 그랬다며 죄송하다고 거듭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에서 들리는 짜증난 목소리~

그랬을 것이다. 남이 신어서가 문제가 아니라, 신발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린 것이 짜증났던 것이다.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나와 함께 간 친구는 그리 큰일도 아닌데 한번 사과했으면 되지 몇 번씩이나 사과 했는데도... 젊은이가 어지간하다고 한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역지사지해 보자고.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집에 돌아가려는데 신발이 없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겠느냐고.

그리고 다음날, 나는 다시 그 젊은이를 찾았다. 그 청년이 운동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음료수 한 병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어제는 정말 미안 했노라”고. 어떻게 알아보셨느냐고 놀라 묻는다. 잘 생긴 청년이라 기억했노라 했더니 그도 같이 웃어주었다.

확실한 건, 누구의 잘못이 더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닌,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상대도 잡아준다는 것이다.

타면자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인 것이다, 남과 어울려 공동생활을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참기 힘든 수모도 인내로 견뎌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이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누사덕(婁師德)은 팔척장신에 큰 입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람됨이 신중하고 도량이 컸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일을 당해도 겸손한 태도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고, 얼굴에 불쾌한 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아우가 대주(代州)자사로 임명되어 부임할 때 누사덕이 아우에게 참는 것을 가르쳤다. 그러자 아우가 말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그냥 닦아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누사덕이 말했다. “아니다. 그 자리에서 침을 닦으면 상대의 화를 거스르게 된다. 그냥 저절로 마르게 두는 것이 좋다.”(其弟守代州, 辭之官, 敎之耐事. 弟曰, 有人唾面, 潔之乃已. 師德曰, 未也. 潔之, 是違其怒, 正使自乾耳.)

이 이야기는 《신당서(新唐書) 〈누사덕전(婁師德傳)〉》에 기록돼 있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대전 시민대학에서 장상현 교수가 가르치는 고사성어를 배우고 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사에 담긴 유래를 살펴보고 현대의 상황과 연결지어 살펴보면 문학작품을 읽을 때나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지적으로 대할 수 있으며 자녀들 교육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민대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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