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래통합당이 영남의 자민련이 돼선 안 된다/이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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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래통합당이 영남의 자민련이 돼선 안 된다/이홍기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4.29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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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기/원로목사, 본사 주필
이홍기/원로목사, 본사 주필

21대 총선 결과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이 영남의 자민련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통합당은 영남권 의석수 65개 중 56석을 차지했고, 수도권 121석 중 16석, 영남을 제외한 전국 지역구 188곳 중에서 겨우 28석을 차지했다. 영남권 밖 제주, 호남, 대전, 세종에서는 1석도 건지지 못했다. 그래서 “영남의 자민련, 지역정당” 이란 별명을 듣게 된 것이다.

통합당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네 번째 패배이다. 이번 총선 패배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언론이 지적하는 핵심적인 부분 세 가지만 제시코자 한다.

첫째: 중도층을 껴안지 못했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은 현재의 팍팍한 삶과 미래를 걱정하는데, 통합당은 과거의 탄핵의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으려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텐데, 아스팔트 위에서 구호만 외치니 중도층이 여당을 지지한 것이다

둘째: 공감능력이 제로 상태였다.

세대별 공감, 정책에 대한 공감, 미래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었다.

여론 지도층이나 스윙보터(부동층유권자)가 가장 많은 40대와 50대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했다. 선거연령이 하향 조정됐는데도 이에 따른 전략과 정책이 없었다. 그래서 젊은 층으로부터 “정치적 꼰대”라는 말을 들었다.

셋째: 보수로서 품격이 없었다.

품격과 헌신, 자기희생은 보수의 가치를 발현하는 기본적 덕목이다. 보수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은 품격에서 나온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 오바마 같은 정치 신인이 일약 스타가 된 것은 그의 말 때문이었다. 통합당이 토론할 때 또는 정부 비판을 할 때, 사실에 기초한,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였더라면 이렇게 혹독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회는 1년 365일 문을 열어야 한다. 20대 국회처럼 국회 소집이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예외일 수는 없다.

연봉 1억 5176만 원씩 또박또박 손에 들어오고, 사무실과 차량 유지비에 보좌진 9명의 인건비까지 별도 제공된다. 연봉 총액으로만 보면 세계 10위이고 1인당 국민소득으로 비교하면 세계 5위 안에 드는 혜택인데, 동물국회, 식물국회, 난장판 국회의원들에게는 너무 과분한 대접이다. 21대 국회부터 무노동 무임금 제도가 가차 없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개혁, 국회 개혁은 시대적 명제다.

연동형 비례제도가 도입됐으나 여야의 꼼수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표를 악용하는 꼼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선거법을 세밀하게 손질해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등, 시대변화에 뒤떨어진 국회의 온갖 특권도 21대국회에선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오죽하면 한국 국회의원 특권은 염라대왕도 부러워 한다고 할까?

국민소환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국회의원은 언제든지 쫓겨 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유권자를 무서워할 줄 안다. 21대 국회가 정치를 쇄신하는 출발점이 되길 소망한다.

통합당은 젊어져야 한다. 민주당의 2년 후 대선후보는 70세에 가까운 나이일 것이다. 이에 도전하는 통합당의 후보는 훨씬 젊어야 한다.

통합당은 영남으로 대표되는 고정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중도층에 다가가야 한다.

새롭고 유능한 인물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 해서라도 영입하여 당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행여나 지역구 84석으로 쪼그라든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인다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국민의 호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들의 훈수를 보면, 최고위원은 서울에서 어렵게 당선된 젊은 의원들을 주축으로 구성하라고 한다. 그래야 영남지역 당이라는 이미지도 벗고 당의 얼굴도 젊어지고,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선거후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이 잘해서 22%, 통합당이 싫어서 63%였다. 이는 통합당이 앞으로 체질 개선을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1년간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당을 재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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