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간관계/ 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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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관계/ 장상현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5.14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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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상 현/ 수필가
장 상 현/ 수필가

아침 운동으로 시작한 새벽 자전거 타는 운동이다.

아침 여섯 시의 햇살은 주위에 그늘진 사방을 구석구석까지 황금빛으로 덧칠하기를 시작한다. 거기에다 맑고 깨끗한 공기는 밤 동안 더러워진 폐를 송두리째 맑은 대지의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다리에는 힘이 더욱 솟는 듯하다. 오늘따라 도로 중앙분리대에 줄지어 도열하고 있는 이팝나무 꽃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고고한 선비를 연상케 하며, 혹 이른 겨울 새벽 덕유산의 산길에 깔린 상고대를 생각하게 한다.

근래에 보기 드문 쾌청한 아침이다. 점점 시야에 가까이 다가오는 금병산(錦屛山)의 솟아오르는 운무(雲霧)가 마치 전설 속의 신선(神仙)들이 사는 곳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신비의 용(龍)의 전설이 살아있는 산, 용 바위가 있는 이른바 금병산이다.

이 산은 이름 그대로 비단으로 병풍을 쳐 놓은 듯한 형상으로 조선 건국 당시 태조(이성계)가 조선 창업의 뜻을 품고 팔도명산 기도(祈禱) 중 ‘비단 병풍(屛風)을 갖추고 치성하라’는 현몽에 이곳이 바로 비단 병풍 같은지라 금병산이라 이름하고 산천기도를 드렸다는 전설 속의 명산(名山)이다.

이윽고 반환점을 돌아 금병산을 뒤로하고 집에 들어와 송글송글 배어 나오는 땀을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오늘따라 싱싱한 텃밭 채소를 식탁에 즐비하게 차려놓은 아내의 안색이 더욱 영롱하다.

아내는 문득 “오늘 날씨가 쾌청해서 그런가? 당신 안색이 다른 날보다 훨씬 광채가 나는 것 같아요!” 아침부터 남편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어! 그래요? 오늘따라 밝은 햇살과 맑은 아침 기운이 유난히 다른 날과 다르네! 아마 당신의 정성스런 아침 식단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아내도 자기 기분 맞추는 아부 섞인 말이라는 것쯤은 알면서도 표정은 매우 밝고 행복해 보인다.

식탁에 앉아 아내가 “참 오늘 당신 점심 약속 있는 것 같던데?” 나는 깜빡 잊은척하면서 “아차 그렇지 그냥 ‘번개팅’ 으로 만나는 것이유~ ~ 시민대학 고사성어 수강생 십여 분이 ‘코로나19’로 인해 3개월을 만나지 못해 머지않은 개강(開講)을 앞두고 얼굴 한번 보자고 하네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지 뭐!”

왠지 즐겁다. 그리고 오랜만이다. 그동안 몇몇 분은 가끔 뵈었는데 10여 분이 한꺼번에 만나 식사 한 끼, 왠지 기다려지며 그 순간을 생각하니 정말 기분 좋다.

인간 관계(人間 關係)는 사람과 사람이 빚어내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가리킨다. 이러한 관계는 추론, 사랑, 연대, 일상적인 사업 관계 등의 사회적 약속에 기반을 둔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도움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의존적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은 가족, 연인, 동료 등 사회를 구성하여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간과 상호작용을 맺어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에 이르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인간관계의 도구와 기술, 관리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관계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늘의 만남은 수강생들과 지도 강사로서의 인간관계를 가진 분들과의 만남이다.

들뜬 마음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구암역)으로 향했다. 물론 요즈음 사람을 만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참물인 마스크를 챙기고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여유가 있는데 마음은 왠지 바빠진다. 지하철은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


드디어 도착역(중구청역)에 내려 약속시간을 보니 약 20여 분의 여유가 있다. 천천히 운동 삼아 계단을 따라 올라가 거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데 전화가 온다. 오늘 만남의 총무 역할을 하는 미모의 여성분이시다. “지금 오시고 계셔요?” 나는 “네! 약 5분 후면 도착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하게 된다. 식당 입구에 들어섰다. 늘 가던 식당이다. 문에 들어서니 모두들 도착해서 자리 잡고 나를 기다린다.

반가운 마음에 몇몇 분과 인사와 악수를 하고나니 분위기가 평상시보다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내가 주빈(主賓)인 듯한 배려가 느껴진다.

내가 도착하니 박수와 함께 총무일을 맡아보시는 은희란 선생님께서

“자! 모두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하면서 일어나서 큼직한 꽃바구니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들 “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나는 갑자기 정신공황상태에 빠지면서 “예? ~~”라고하자 모두들 박수를 치고 축하를 해준다. 엉겁결에 꽃바구니를 받고도 내용 파악이 잘 안된다. 그러자 연배가 높으신 남자분께서 이틀 후가 스승의 날(15일)이니 얼굴도 볼 겸 해서 ‘번개팅’으로 만난것 이라는 말을 듣고 아차 그런 것을 나는 감지하지도 못하고 덜렁덜렁 마음에 준비 없이 앉아 식사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나이를 먹어도 헛먹었다고 생각이 든다.


식단은 늘 주문하던 메뉴인데 오늘은 특별히 아주 통통한 놈만 골라 1인당 배당된 굴비가 한 마리씩이다. 굴비는 맛이 유별나 귀양살이하던 이자겸이 인종(仁宗)에게 ‘전하께 이 굴비를 바치옵나이다.’라고 한 데서 ‘굴비’라는 전설이 깃든 생선인 것이다.

오늘 점심의 밥, 반찬과 특별한 메뉴인 굴비가 반찬으로서만 볼 때 사실상 최고의 밥상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점심 밥상은 십 여분의 진정성(眞情性)이 담긴 밥상이기에 최고의 점심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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