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라는 것/김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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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라는 것/김석회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5.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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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회/ 전 카톨릭대학교 부총장
김석회/ 전 카톨릭대학교 부총장

나는 어릴 적부터 풍수라는 말과 함께 오늘날까지 살아왔다. 일생 동안 누누이 들어온 바 있는 풍수라는 말은 알고 보니 장풍득수라는 말의 줄인 말이란다.

말하자면 뒤로는 산이 바람을 막아 장풍을 하고, 앞으로는 물이 휘감아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에 돌아가신 선조들을 모시면, 그 후손들 중에 큰 인물이 나오고 또 집안도 편안해지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풍수지리 사상 말이다. 자손들이 효심으로 돌이가신 부모 선친들을 편안한 명당에 모시면 그 음덕으로 자손들이 번창하고 잘 될 것이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있을 법 한 이치이다.

어릴 적 우리 아버지하며 웃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충남 청양에 이석구씨라는 천 석 거리 부자가 살고 계셨는데, 어떤 풍수 한 분이 나타나서 선대산소가 부자는 날 수 있지만 귀한 후손은 못 둘 곳이니 이장을 하면 부귀영화가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들은 귀가 얇고 욕심이 많았던 이석구씨는 풍수의 그럴듯한 말에 이장을 했단다. 그 뒤로 이석구씨는 당대에 쫄딱 망했다느니, 이런 저런 풍수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어온 나였다.

그런 나에게 절친한 친구가 하루는 산에 가 볼 일이 있는데 같이 가보자는 전화가 왔었다. 그리하여 그날은 그 친구와 함께 산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친구의 차를 타려고 하니까 차 뒷좌석에 장익호 선생님이란 당대에 유명했던 대 풍수 선생님이 타고 계셨다. 그래서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에 나섰었다. 그래서 내가 장선생님께 풍수의 기본원리가 무엇인가를 여쭙게 되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김교수께서는 거실이나 방에 앉을 때 한가운데 앉는지 아니면 가에 있는 벽에 기대고 앉는지를 물어 오셨다. 그러니 나의 대답은 아주 간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벽에 기대고 앉는 게 인간의 습성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벽에 의지해서 앉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것이 바로 풍수의 기본원리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예를 들어 주셨는데, 그것은 선생님께서 나에게 김교수는 등산을 하다가 쉬어가게 될 경우 질퍽하고 바람타고 불편한 곳에 앉게 되는지, 아니면 바람도 없고 아늑하며 편안한 곳에 자리하겠는지를 물어오셨다. 따라서 그 대답 또한 불문가지였다. 아늑하고 편안한 곳에 자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더니 그것 또한 풍수의 기본원리라고 하셨다. 그 두 마디 예로 들어 주신 장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그만 풍수에 현혹되어 오늘날까지도 풍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여러 풍수학회에 참여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소위 명당들을 섭렵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느낀 것은 역시 조상을 명당에 모신 분들은 자리도 좋아 보였고, 또 후손들이 잘 되었는지 산소 관리도 잘 해 놓은 걸 보았다. 그러니 명당과 풍수를 믿게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대권을 잡으려는 정치인들 치고 조상 산소를 이장하지 않은 분이 거의 없고, 대권을 잡으면 조상 산소부터 찾고, 또 풍수들도 그분의 산소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들이 난무하곤 한다. 지금도 돈 꽤나 있고 권력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풍수를 지극히 중시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여기저기 구산을 하다가 충남 금산에 마사토로 된 명당이란 자리를 우연찮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명당이 사주팔자에 주어지지 않게 되었는지 해괴한 일이 생겼다. 그것은 내가 아들만 둘을 두고 있는데, 두 아들이 좋은 직장에 잘 다니다가 갑자기 직장들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사표를 내고 공부를 더하고 싶단다. 그러니 나로서는 할 수 없이 두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유학 가서 학위를 따오다 보니까 나이 40이 넘게 되었고 그로써 결혼하는 게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큰애는 짝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자식을 못 두었는지 안 두려고 그랬는지 후손이 없고, 둘째는 아예 결혼을 포기해 버렸으니 나에게는 손자도 손녀도 없는 절손의 딱하고 부끄러운 신세가 되었다. 그러니 나는 요새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로 자위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금산에 마련한 산소자리는 나에게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풍수에 관련될 수 있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것은 ‘덕적지가 필유여경’ 이란 말인데, 그 뜻인즉 평소에 덕을 쌓아오는 자에게는 반드시 경사로운 일이 있는 법이란 말이다. 그리고 풍수 명당에 관한 한 아무나 명당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삼대에 걸쳐서 덕을 쌓는 사람에게만 명당이 허락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 자신이나 선조들이 덕적을 못했기에 명당이란 곳을 마련해 놓고도 그곳에 들지 못할 지경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지만 마음을 비우는 게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게 상책이라고 믿고 싶다.

대신 누군가에게 그 땅을 허락해 주실 테니 그분에게 그 땅을 양보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로 하면서,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듯 풍수라는 것은 묘하고도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그 옛날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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