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경제성장 이론 이야기/김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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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경제성장 이론 이야기/김석회
  • 광장21 기자
  • 승인 2020.05.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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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회/전 가톨릭대 부총장
김석회/전 가톨릭대 부총장

오늘날 우리는 풍요를 실컷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봄이면 봄마다 보릿고개에 허덕이며 살았고, 6.25 땐 미군들 차에서 던져주는 초코렛, 커피, 통조림통을 받아먹는 걸 재미삼아 살았다. 그뿐이랴, 일요일만 되면 헌 옷가지를 얻어 입기  위해 교회에 빠지지 않는 시절을 살았다.

그러던 우리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일일이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날 풍요 속에 빠져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 보기로 하자. 그래서 오늘은 이 나라의 경제성장 얘기를 꺼내보는 것이다. 한나라의 경제성장 이야기를 하려 할 때 우리는 두 개의 경제성장 이론 얘기부터 떠올리게 된다. 그 하나는 라그너 넉시에 의해서 주장된 균형성장 이론이고, 또 다른 하나는 허쉬만에 의해서 주창된 불균형성장 이론이다. 라그너 넉시는 후진국에 있어서의 자본형성이란 저서에서, 그리고 허쉬만은 경제개발이라는 저서에서 각자의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우선 라그너 넉시는 한나라 경제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을 들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이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논리를 말한다. 경제발전이란 곧 자본축적을 의미하는데, 자본축적을 어렵게 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 때문에 경제발전이 어렵게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예컨대, 공급측에서 보았을 때 낮은 생산력은 낮은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 낮은 저축능력을 낳게 하며, 낮은 저축능력은 낮은 자본형성과 낮은 투자로 이어지게 됨으로써 경제의 악순환을 야기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요측에서는 낮은 실질소득이 낮은 구매력을 낳고, 낮은 구매력은 낮은 투자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낮은 투자요인은 낮은 생산력을 유발, 궁극적으로는 낮은 실질소득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한다.

따라서 넉시는 이같은 빈곤의 악순환을 타파하는 것이 곧 경제개발이라고 하고,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시장규모의 협소를 들고 있다. 낮은 소득수준 때문에 구매력이 떨어지고, 시장규모 또한 축소되며, 그에 따라 투자요인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경제위축은 불가피하게 된다고 생각 하였다. 따라서 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른 투자유치를 위해서 자본축적을 실현할 때 경제발전은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모든 산업을 똑같이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소위 균형성장 이론을 주장하였다. 그런가 하면 허쉬만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모든 산업의 동시적 개발에 필요한 자본축적이 되어있지 않다는 싱거 교수의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한 나라가 모든 산업을 동시에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저개발국이 아니라고 균형성장 이론을 비판하였다. 말하자면 그 어느 한 나라가 균형성장 원리를 적용시킬 만한 충분한 자본축적이 되어 있다면 그 나라는 이미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국가가 한정된 자본을 어떻게 투자효과가 큰 산업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현재적 잠재적 저축을 생산적 투자로 유입시키는 능력 즉, 기업가적 능력 또는 투자의지 능력이라고 전제함으로써, 경제개발 능력은 희소한 투자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경제를 하나의 유형에서 보다 더 진전된 다른 유형으로 변환 시키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경우 기업가적 능력 또는 투자능력은 투자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에의 집중투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온티에프는 산업 연관분석에서 기계 중화학 자동차 산업 등이 가장 큰 전후방 연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하였다. 기계공업이 자동차 산업에의 투자를 유발할 때 이는 전방효과를 낳게 되고, 기계공업이 철강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때 이는 후방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산업화 과정에서 허쉬만의 불균형 성장 이론을 도입한 바 있다. 그것은 한정된 자본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룩하려면 투자효과가 큰 대기업 특히, 재벌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산업 연관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에서였다.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하에 남덕우 교수 등이 이끄는 소위 서강학파의 불균형 성장이론에서 힘을 얻어,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등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로 하여금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그들을 독려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세계에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종필과 오히라 간에 이루어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거두어들인 자금은 고속도로 등 SOC사업에 집중 투자되었는가 하면 박태준이 이끈 포항제철 건설에도 투자됨으로써 이 나라 경제의 초석을 탄탄하게 다져놓았다. 그로 해서 우리나라 경제는 단 기간 내에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삼성 반도체 산업과 현대자동차, 그리고 LG나 SK 그룹 등 수많은 다수 재벌기업 들의 눈부신 경제활동 특히, 수출산업의 활성화로 세계경제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그런 반면 균형성장 이론을 추구해온 대만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들이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독과점을 해 왔다거나, 또는 중소기업 영역에까지 진출함으로써 국민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에는 대기업들도 윤리와 도덕 지향적 경영을 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사회 내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 모두는 물론이고 정부도 이들에게 기를 살려주는데 앞장설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국가의 경제발전에 대한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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