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갈지(之)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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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갈지(之)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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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대기자
김용복 칼럼니스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갈지(之)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인간들이 있다.

갈지(之)자 행보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걷는 걸음을 말한다. 북한의 김정은이야말로 갈지 자 걸음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데 그를 보고 갈지 자 걸음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을 필자는 보지 못했다.

갈지 자 걸음이 왜 어때서?

서둘러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만 하고 있다고?

보라, 갈지 자 행보를 하지 않고 퇴임 며칠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금 어떤 지경에 놓여 있는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부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다. 거기에 이렇다 할 흠도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한 뒤 전격 입당했다. 감사원장직을 사퇴한지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입당 배경에 대해 “정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갈지 자 행보를 하지 않고 달리기 선수처럼 좌고우면(左顧右眄)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민주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사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맹폭을 가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표 잉크도 마르기 전인데 너무 급하다. 우사인 볼트도 울고 갈 정도의 속도”라며 “임기 중 출마 선언 자체가 헌법 유린 행위다. 그야말로 자리 ‘먹튀’, 인지도 ‘먹튀’하며 관료들의 특권의식이 목불인견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꼬았으며,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도 “정치적 사익에 눈이 멀어 그 직을 이용해 정치적 중립을 차버린 최 전 원장은 최소한의 금도도, 책임감도, 비전도 없는 3무(無) ‘최로남불’”이라고 꼬집었던 것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 전 원장을 ‘친일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노선이 안 맞는다며 곧장 친일파에 가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관직을 받을 때는 충성을 맹세하다가 단물 다 빼먹고 헌신짝 버리듯 하는 나쁜 인간성은 갖지 말자”고 꼬집었다.

필자는 민주당 윤호중 원내 대표나 김영배 최고의원의 말과, 정청래 의원을 향해 ‘단물 다 빼먹었다’고 했는데 그 빼먹은 단물이 무엇이냐고 따지거나 탓하지는 않는다. 상대당 선수를 향해 펀치를 날리는 것은 당연한 그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에 있는 것이다. 최재형 전 원장이 입당할 때만 하더라도 적극적인 지원군 행세를 하던 국민의힘 의원들 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재형에 정치적 공격 감행한 집단 어딘지 국민이 안다”는 말 외에 두들겨 맞고 있는 최 전 감사원장을 방어해 주는 의원들이 어디 있나 말해보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재형 전 원장이 얼마나 몰매를 맞고 있나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1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최 전 원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주고 정치적 공격을 감행한 집단이 어딘지 국민이 안다”고 말했던 게 아니던가.

퇴직하자 오랜 숙고(熟考)의 과정이나 정치 선배들의 훈수도 들어보지 않고 무면허 운전자(이준석 대표를 말함)가 운전하는 당에 덥석 뛰어들었다는 것은 최 전 감사원장으로서는 정치적 초보생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소한 윤 전 총장이나, 이완구 전 총리와 숙의를 한 다음 애국선열의 묘를 찾아 다짐을 한 뒤에 입당을 했어야 국민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에는 모사꾼의 대부(代父) 유승민이나 김무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을 것이다. 정치 경험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최 전 감사원장이 그들의 모사를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라,

갈지 자 걸음을 걷는다고,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난을 들으면서 정치 선배를 찾아 아는 길도 물어가는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를.

그리고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감사원장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 힘에는 살아있는 실세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죄를 뒤집어씌워 검찰의 손에 넘겼던 유승민과 그 추종자들이 우굴거리고 있고, 원로답지 않게 아군에게 총질하는 홍준표 의원이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하고, 갈지 자 걸음을 걸어 늦어도 좋으니 가벼운 행동 삼가기 바란다.

 

 

*상기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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