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물결 사이로
막바지 무더위가
한바탕 훑고 지나가면
숨죽이며 버텨온
축 처진 어깨 위로
굵은 땀방울만 뚝뚝
한줄기 빗방울조차도
바람결 따라 가버리고
남은 건 한숨뿐
호미 자루 벗 삼아
심어놓은 들깨와 고추는
살려 달라 아우성
짝을 찾아 울던 매미
세상사 귀찮은 듯
숲속 길 고요한데
무심한 칡덩굴
손을 뻗어 어서 오라며
싱글벙글 미소 지으면
무더위야!
네가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떠날 채비해야지
먹구름 다가와 속삭인다.
무더위도 모자를 집어 들고
한바탕 잘 놀고 간다고
바람결 타고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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