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학위증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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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학위증 받는 날
  • 김요미 수필가
  • 승인 2021.08.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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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미 수필가
김요미 수필가

드디어 길고 길었던 대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왔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어 학위 수여식이 열리지 않아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축사와 인사말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다는 내용과 함께 학위증 수령 날짜와 학위복도 대여 방법이 공지되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쓰겠구나!’, ‘언제부터 로망했던 꿈이 이뤄지는 날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남들이 하는 학위복과 학사모를 얼마나 부러워하고 열망했었던가, 드디어 그날이 다가온 것이다.

2021년 8월 20일, 2014년도에 입학한 국립 한밭대 일본어과, 드디어 학위증 받으러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몸단장하고,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색조로 얼굴 단장도 하고 들뜬 마음이 먼저 학교에 가 있었다. 학위복 입고 어디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까 마지막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날, 마음에 사진을 먼저 담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딸과 4살 손자, 7살 손녀가 도착했고, 차에 올라서 아이들을 보니 기분 좋아서 “오늘 졸업 기념으로 너희들이 사고 싶어했던 장난감 사줄께.” 하니 아이들이 그동안 갖고 싶다고 졸랐던 스파이더맨 장난감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졸업행사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토이 장난감 가게 들러 사주겠다고 손자 손녀 기분도 업그레이드시킬 겸 약속했다. 아이들은 너무도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학교 앞 편의점에 들려서 그동안 수고했던 일본어과 사무실 조교님과 근로학생들을 위한 갖가지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고 학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때마침 한여름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라고 하기보다 시원함을 선물하는 것 같았다. 받는 조교님도 즐거워하며 기쁘게 받아주어 기분 좋게 냉동고에 넣어 놓고는 드시라고 인사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학위복이 있는 과 사무실 옆 강의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깔끔하게 주름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학위복이 눈에 먼저 띄었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했더니 다 똑같은 프리 사이즈라고 하면서 학사모와 함께 한 벌 건네받는데 ‘이제 나도 대학생 인증샷을 드디어 남기고 마무리를 짓는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학위증 가져가셔야지요”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학위증을 학번 순으로 주욱 열을 지어 책상 위에 펴 놓고 찾아주고 있었다.

내 학번이 제일 오래되어서 맨 첫 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교님께서 학위증을 건네주시는데 울컥하고 감격의 눈물이 복받치는데 꾹 참았다. 아파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여 중간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드디어 학위증으로 끝을 맺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감정이 솟구친 것이다.

느지막이 꿈에도 그리던 배움의 길을 열어 60세에 대학의 문을 두드려 67세 졸업하는 7년 동안 일본어학과 공부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과목의 지식을 배워 기쁘고 즐거웠다. 때로는 전공과목 번역하느라, 때로는 경험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수강 신청한 경영학과 수업에 과제하느라 밤잠을 설치던 기억, 컴퓨터로 과제하는 게 힘들어서 조카딸까지 불러서 레슨받아 가며 하나씩 알아가던 기억들.

나중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격 수업과 동영상 수업까지 생겨나고 시험 볼 때도 새로운 사이트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나오는 등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휴학한 사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겪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사태, 아니 드라마에서나 본 일이지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날 줄이야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2015년도 2학년 1학기 마치고 여름방학 때 지인이 건강검진 간다고 해서 그냥 운전만 해드리면 미안해하실까 봐 저도 하고 싶다며 검진받았는데 조직 검사하더니만 그만 조기 위암으로 판정받았다. 위치가 좋지 않은 자리에 있어 서울 삼성병원까지 가서 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위 절제 수술을 하고 나니 먹을 수 있는 양도 적을뿐더러, 음식물의 영양이 흡수가 잘 안돼 늘 체력이 모자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일 년을 휴학하고 복학을 했는데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3시간 수업을 견뎌 낼 힘이 없었다. 그래서 또 한 학기 휴학하고 복학했는데 식사는 하지만 위가 없으니 흡수가 잘 안돼 체중도 점점 빠지고 도무지 수업 시간 3시간이 무리로 다가와 휴학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찾아와 동영상 수업하면서도 좀 자유로워 누워서도 듣고 과제는 더 많지만 휴식을 하면서 체력이 움직이는 대로 했고 시한을 지켜야만 해서 무리해서 새벽까지 마치고 자유롭게 쉴 수가 있었다.

아마 비대면 수업이 아니었다면 이번에 졸업을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휴학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학교 수업 때 공부한 일본 시와 일본 소설 공부하면서 번역하고 감상문 쓰고 내 생각 쓰는 과제를 많이 쓰다 보니까 어느덧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로 남은 것이 시도 쓰고 수필도 써서 몇몇 동인지에 올리면서 학교 다닌 보람을 톡톡하게 발휘하는 것 같아 마음 뿌듯하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22년인 내년엔 대학원에 가서 문학을 연구하여 개인 시집과 수필집도 출간 계획도 갖고 있다.

엄성생 가수의 노래 '노력해서 안되는 일 없더라'가 이렇게 가슴에 다가올 줄이야!

"노력해서 안 되는 일 없다고 하더라
사람 팔자 시간문제 알다가도 모를 일
춘향전 이 도령만 장원 급제하더냐

토정비결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하더라
사람 팔자 시간문제 알다가도 모를 일
그까짓 토정비결 무슨 소용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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