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친절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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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친절 예절
  • 주종순 수필가
  • 승인 2021.09.0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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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순 수필가
주종순 수필가

30여 년 전 내 일생의 해외여행을 처음으로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몇 번 더 일본을 갔을 때 우리 한국인과는 조금 다른 일본인의 관광객을 대하는 친절함 때문에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 여행 팀 20여 명이 단체여행을 하던 중 우리 가이드는 백화점을 반경으로 개인이 쇼핑을 즐길 시간을 두 시간 허락하였다. 쇼핑을 시작할 무렵 뜻하지 않은 생리가 시작되었다. 타국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다급한 나머지, 얼굴이 조금 여리고 앳돼 보이는 여성을 찾다가 친절하고 상냥해 보이는 아가씨를 우동 전문점에서 찾았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주방에 서 있는 인상 좋은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생리대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지 빠르게 구할까?'를 우리나라 말로 급하게, 그리고 몸의 표정으로 물어봤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마트를 쉽게 볼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도 일본어로 뭐라 뭐라 말하는 표정이 서로가 언어도단(言語道斷)에 빠져 알아듣지는 못해도 하여튼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태도로 보였다. 그 친절한 아가씨는 그곳의 직원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같은 여자끼리의 다급함을 도와주려는 듯 내 물음과 온몸의 제스쳐까지 진지하게 받아주며 유심히 신경 써서 듣더니 주방 안쪽으로 사라졌다가 신문지에 무엇인가를 싸서 주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욱 상냥한 표정으로 부산스러운 인사를 해대며 안심시켜 주었고, 화장실 쪽을 손짓으로 알려주는 듯하였다. 나는 그곳에서 신문지를 풀어 보려 했는데 당황한 듯 내 주먹을 꼭 쥐며 뭔가를 숨기는 듯한 표정으로 웃는 것이 생리대라는 해답을 안 듯했다.

볼 일이 끝나자 나는 그곳으로 다시 가서 너무 감사했다는 인사를 하였고, 느낌으론 본인 것을 주었든지 아니면 가까운 직원으로부터 구해준 것 같았다.

그날의 난처함으로 직원에게 미안했고 너무 고마워서 몇 십 년 전의 일이었지만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고마워하고 글을 쓰고 있다.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 그 여직원의 친절함으로 인하여 그동안 일본인에게 갖는 과거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좀 바꿔 놓을만한 사연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일본사찰을 여행하던 중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핸드폰도 없었고, 드문드문 전화 부스에 전화기가 설치된 상황이라, 그것을 사용해 국제전화를 하든지 아니면, 호텔 로비에서 교환수를 두 번 거쳐 국제전화로 연결하든지, 특급 호텔인 경우에도 숙소 내부에서 교환 두 번 거치는 국제전화를 신청하는 수밖엔 없던 시절이 있었다.

여행지에 도착했다는 안부전화를 부모님께 해야겠는데 시간을 못 잡던 중 사찰 경내에 설치된 부스를 발견했다. 내 방식대로 통화를 여러번 시도해도 안 되어 일본 교환원의 음성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일본인을 찾던 중 벤취에 앉아있는 연인들에게 손짓과 표정을 섞어 부탁했는데 당연히 도와줘야 될 의무인 양 그렇게도 힘들였던 통화를 연결시켜주었던 것이다.

언어만 소통된다면 사소한 일이겠지만 말이 안 통하기에 타국에서 겪는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그 일본 여인들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만일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라도 일어난다면 그 정도로 친절을 베풀 것인지 궁금했다.

그 당시 일본은 관광대국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국민 모두에게 교육을 많이 시킨다는 얘기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식민통치를 겪던 시절 일본인들이 너무 못되게 만행을 저질러 감정이 상당히 안 좋았고, 그들의 국민성을 내 마음으로부터 거부해왔지만 왠지 일본 관광을 하면서 느낀 그들 국민들에게도 배울 점이 제법 있음을 느꼈기에 편견을 가지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을 좀 변화 시켰다.

또 한 번은 맛있는 라면으로 유명한 집을 찾던 중 개인 여행이라 길 찾기가 어려워 고생만 실컷 하다가 일본 음식을 파는 음식점 앞에 서서 호객 중이던 할머니에게 여쭤보았다.

할머니는  연세가 꽤나 들어 보였는데도 앞치마와 머리 수건까지 쓰고 영업 중이었는데, 상당히 공손하고 곱고 상냥한 음성으로 우리는 알아듣지 못해도 설명을 열심히 하시면서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하시며 앞장서셨다. 우리는 문이 열려 있는 매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어쩌시고 앞장 서시냐고‘ 염려하는 눈빛을 보였는데 괜찮다고 안내해 주겠다며 기어코 라면파는 식당까지 데려다주시고는 90도 각도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시고는 돌아가시는 거였다.

피곤하게 찾던 우리의 마음이 두려움이나 낯설던 감정이 푸근함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서울은 성장 속도도 빠르고 사람 모두가 너무 바쁜 모습으로 비춰지며 서울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 중 반은 지방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거리를 걸어보면서 인상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바쁘고, 모두가 시계추 인간인 것처럼 기계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인지 길 찾기 어려워도 말 한번 붙이기도 어렵고 어쩌다 많은 사람 중 인상 호감 가는 그런 인물 골라 “저어~~혹시 여기가 어디쯤이냐"고 묻기라도 할 양이면 눈도 안 마주치고 걸어가고, 설사 고정된 자리서 허드렛일하는 사람들조차 "바쁘다고 잘 모르니까",  내지는 "여기 사람 아니라"고 묻지 말라는 식으로 내뱉는다. 참 너무 야박하다고 느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서울은 몇 명을 빼고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삭막감과 인정이 없는 도시다.

설마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서울 국민들의 친절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 나올까?

그리고 취업생들에게 친절 자격증 제도가 있어 부가점수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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