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도마 소리’ 발간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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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도마 소리’ 발간을 축하하며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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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문학평론가ㆍ칼럼니스트

서민경 시인이 그의 첫 번째 시집 ‘내 가슴에 핀 꽃’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도마 소리’를 발간했습니다. 서민경 시인은 시어를 조탁(彫琢)하지 않는데도 추구하는 언어의 표현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합니다. 그가 시집 첫머리에 ‘시인의 말’로 인사를 대신했는데 그 인사말에도 보면,

“길을 가다 보면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새의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언가를 이야기하듯

요란하게 날개를 퍼덕거려도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침에는 그릇을 닦다가

서로 부딪혀 쨍그랑 소리에 금이 갔다

미안했다

그릇도 심장이 있을 텐데

 

이 모든 소리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새의 소리나, 그릇이 깨지는 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시인의 태도가 순수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요즈음 시인들은 현대시의 주류를 이루는 난해시를 쓰려하고 주의시나 주지시를 쓰려고 하는 데 반해 서민경 시인은 주의시나 주지시에 빠져들지 않고 있는 게 그의 작품마다 나타나 있습니다. 거기에 사물을 묘사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의 시 ‘복숭아’에 사용된 시어를 보더라도 서정시인으로서의 그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볼까요. 복숭아라는 시를.

 

복숭아

바라보는 눈에 단물이 듭니다

 

흰 복사꽃 진 자리에 열매가

발그레하니 향기롭습니다

 

딱딱한 나뭇가지에 앉았던

해와 달이 알을 슬었나 봅니다

 

복숭아뼈 같은 단단한 씨

하나가

복숭아를 붙잡고 있듯이

 

저 과수원 식구들을

복숭아 나무들이 붙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우리 말을 골라 시어를 만들고, 그것을 문장으로 연결시켰을까요?

그의 시에는 은유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사물을 느낀 그대로 다듬어 시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서정시라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어느 시인이 시집을 내면서 '시란 결국 남에게 하는 얘기다. 다만 남에게 명확하고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다.'라고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인하고 보통 사람하고 다른 점이라면, 보통 사람은 남에게 명확하고 아름답게 얘기할 수 없지만, 시인은 사물 표현을 개성있고 아름답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민경 시인의 시집 '도마소리'

한 편 더 보실까요? ‘목련’이라는 시입니다.

 

목련

이름값을 해요

 

그 아름다움에

우주 한 모퉁이가 환해요

 

나뭇가지 끝,

한 송이 한 송이 꽂혀있어요

 

금세 벗어버릴

사월의 흰 셔츠가 눈부셔요

 

이름값을 하는 목련, 우주 한 모퉁이를 환하게 하는 목련, 사월의 활짝 핀 목련을 흰 셔츠가 눈부시다고 한 표현이야말로, 서민경 시인이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시어들입니다.

이처럼 서민경 시인이야말로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사람이 아닌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태도를 가지고 시를 쓰는 특이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편의 시를 더 소개하고 싶으나 지면 관계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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