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쓸고 나서 / 홍승표

2019-02-24     박선희

         

         눈을 쓸고 나서

                                     홍승표

 간밤에 내린 눈을 눈 비비며 쓸고 나니
 뒤를 돌아보기도 前에 다시 눈이 내린다.
 쓸지도 덮지도 못하고 먼 하늘만 바라본다.

 세상을 덮는 것은 눈이 아니고 마음인가
 눈 덮인 저 曠野에 낮은 물소리 흘러가고
 숲속엔 새筍 돋는 소리, 뒤척이는 산자락

 뜬금없는 질문 하나가 꼬릴 물고 일어선다.
 아픔보다 더 아픈 빛을 넘어
 빛에 닿는 단 하나의 빛*
 마음은 눈발을 헤치며 저 스스로 길을 간다.

* 김현승의 [검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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