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烏竹) / 박영옥

2019-09-17     박선희 기자
박영옥

                         오죽(烏竹)

                                                박영옥/ 시인

 

오죽하면

오죽이겠니

 

가슴 깊이 묻은 아픈 일들

밖으로 배어나와 까맣게 타도록

한 고비씩 넘을 때마다

생긴 매듭

단단히 동여 매 놓고

간도 쓸개도 다 빼 주고 사느라

텅 빈 가슴

허허롭고 시려웠지

        

서슬 퍼런 청 대나무들

깃발 높이 펄럭거리며

너도 대나무냐 내려다 볼 때

빛나는 푸른 잎

생생하게 밀어 올리며

말해 주리라

 

푸른 대나무 푸른 잎이 무슨 자랑이냐

까만데서 푸른 잎

낼 수 있는 건

오직

오죽뿐이라고

 

             -한국 문학시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