掩耳盜鈴/鍾(엄이도령/종)

얕은꾀를 써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성과가 없다는 뜻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선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

2021-08-22     장상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엄이도종(掩耳盜鍾) : (종소리 때문에) 귀를 막고 종을 훔치다.

❍글자 : 掩(가릴 엄),  耳(귀 이),  盜(훔칠 도),  鈴(방울 령) /鍾(종 종)

❍출처 : 이 이야기는 여씨춘추전(呂氏春秋傳), 불구론(不苟論)에 기록되어 전해진다.

❍비유 : 이는 ‘얕은꾀를 써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성과가 없다는 것’과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선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할 때 인용하기도 한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해본다.

춘추(春秋)시대 진(晉) 나라의 범(范)씨 가문이 몰락하자, 어떤 어리석은 도둑이 범씨가 소유했던 귀중한 종(鍾)을 훔치러 들어갔다. 종을 등에 지고 가려고 했으나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질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자기만의 지혜를 발휘하여 종을 깨뜨려 조각내어 가져가기로 하고 망치로 종을 내리쳤다.

그러자 갑자기 종에서 천지를 진동하는듯한 소리가 나자 다른 사람이 듣고 빼앗아갈까 봐 급히 자기 귀를 틀어막고 계속 종을 망치로 때렸다. 자기 귀에 들리지 않으면 남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줄 알고 취한 어리석은 행동이다.

백성들의 왕이 되어서 그 잘못을 간언(諫言)하는 것을 듣기 싫어하는 것이 어찌 이와 같은 경우와 다르겠는가! 백성들이 왕의 잘못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나라의 부흥을 일으키는 조언이다. 요즈음 단어로 ‘국민청원’인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불구론(不苟論)에서는 이 이야기를 쓴 후에 임금이 바른 말을 하는 신하를 소중히 여긴 실례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여 교훈으로 삼고 있다.

위문왕(魏文王)이 신하들과 술을 마시며 대부(大夫)들에게 위문왕 자신에 대해 논(論)하도록 했다. 대부분 신하들은 왕이 지혜롭고 어질다고 아부(阿附)발언으로 일관했다.

임좌(任座)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태연히 “왕께서는 불초(不肖)한 왕입니다. 중산(中山)을 멸한 뒤 공로가 지대한 왕의 동생을 중산왕으로 봉(封)하지 않고 아무 공(功)이 없는 아들을 봉했습니다. 이로써 왕이 불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후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임좌는 그곳을 뛰쳐나갔다. 적황(翟黃) 차례가 돌아오자 적황은“왕은 어진 왕입니다. 왕이 어질어야 신하가 바른 말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금 임좌가 바른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로써 왕이 어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문왕은 곧 다시 임좌를 부른 후 몸소 계단 아래까지 나가 그를 맞이하고 상좌에 앉게 했다.

우리는 여기서 지도자는 독단적인 강행을 금하고,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실천하여야 함과 자신의 행위를 뒤돌아보고, 잘못을 고쳐 나가는 소중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난 웃지 못할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하철 안은 대체로 조용하다.

모두들 고개를 아래로 하고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어느 한 젊은이가 이어폰을 꽂고 서서 동영상을 보며 재미있는지 혼자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면서 즐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루 살핀다. 그는 방귀를 참다가 동영상의 음악이 가장 시끄러운 대목에서 이때다 하고 힘주어 한방 내 질렀다. 그런데 사방에서 눈총을 쏘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는 “어! 어떻게 알았지?” 이어폰을 끼고 있어 자기는 들을 수 없었고 남도 그런 줄 알았던 것이다.

‘꿩은 머리만 풀에 감춘다.’는 속담이 있다.

맹금(猛禽)에게 쫓기던 꿩이 제 몸을 숨긴다는 것이 겨우 머리만 풀 속에 묻는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셰익스피어)

위 고사는 임금이 바른말을 하는 신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듣지 못한다고 남도 자기의 잘못을 모르는 줄 아는 지도자는 엄이도종(掩耳盜鍾)의 도둑과 똑같다.

비슷한 말로 엄목포작(掩目捕雀) 폐목포작(閉目捕雀)을 들 수 있다.

눈을 가리고 참새를 잡는다는 뜻인데, 제 눈을 가리면 참새가 나를 못 본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명심보감에 있는 교훈의 글귀를 소개한다.

良藥苦口而利於疾 忠言逆耳而利於行(양약고구이리어질 충언역이이리어행)/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함에 이롭다.

쓴소리 듣기 좋아하고 자기 뜻에 거스르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가장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요(堯). 순(舜)임금 시대는 간언 듣기를 좋아했고, 그 반대로의 행동으로 일관했던 하(夏)나라 걸왕(桀王)과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따라서 나라를 정의롭고 안정된 반석에 세우기 위해서는 언로를 개척하고, 바르고 사심 없는 신실한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맘껏 일하고 바른 말 할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성경 말씀에도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스스로를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중략.... 네 몸에 양약이 되어 네 골수를 윤택하게 하리라”(잠 3:5~8)고 말씀하고 있다.

현대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꼭 마음에 새겨들어야 할 덕목(德目)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