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2021-08-28     오연복 시인

잇닿을 수 없는 사랑 서러워서 
갈래갈래 서리는 혈흔 
허무한 그리움으로 틔운 싹이여 
속절없는 꽃대를 치켜 올려 
꿈결로만 품어보는 아릿한 그대여 

저민 가슴 선혈로 터트려 
하늘 향하여 소슬히 내어뻗는 촉수로 
비련의 화광을 두른 채 
등 뒤로 서리는 사랑을 
해탈의 갈피로 산화하는 그대여 

비운의 외사랑이여 
그대 그림자 밟아가는 
처연한 여인의 속울음을 아는가 
잎 새 돋을 때마다 
켜켜이 사무치는 숙명의 까치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