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정 2시집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 주듯' 발간

2021-09-11     박선희 기자

‘서울문학인’에서 상을 받아 등단하고, 1시집 『낮달의 가출』을 발간한 이우정 시인이 2021년에 2시집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 주듯』을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했다. ‘오늘의문학 시인선 507’호로 발간된 이 시집은 ‘서문’, 1부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주듯’, 2부 ‘순명의 길’, 3부 ‘꽃이 두려운 삶’, 4부 ‘산티아고로 가는 길’ 등으로 구성됐다.

이우정 시인은 전북 익산에서 출생한 후, 원광대학교 교수, 동교 사회과학대학장, 동교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로 문하생 지도와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이우정 시인의 작품 중 일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해설하고 있다.

1. 종교를 가진 신앙인들은 어디에서든 절대자와 하나가 되기를 원합니다. 비록 그가 선택한 길에서 완전하게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절대자와 소통하게 마련입니다. 「참 자유로 가는 길」의 '모든 길이 다 카이로스로 통하리라'는 시행에서 Kairos는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며 ‘기회의 신’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시로 창작한 이우정 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그의 시집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 주듯』입니다. 오롯한 신심을 공유할 수 있을 터입니다.

그대 어디에 서든

그대 안의 절대자아와 하나 되면

 

모든 길이 다 카이로스로 통하리라

그것으로 참 자유함을 얻으리니

비로소 온전한 자아의 주인이 되어

그대 서 있는 자리마다 편견의 장막 걷히고

생각마다 치우침이 없으리라

그 몸에선 의로운 빛이 나며

그 숨결은 향기로 가득하리니

 

그곳에 이르는 길 멀고 험해도

오직 미혹의 어둠을 물리침이라

―「참 자유로 가는 길」 전문

 

2. 작품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주듯’에서 서정적 자아는 허심(虛心)을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과정을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 주는 것으로 비유하여 등가(等價)의 정서를 발현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허심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리움의 대상은 여전히 시인의 서정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바라본 하늘의 별빛과 달빛은 여전히 고요에 실려 머리 위로 하얗게 쏟아지는데, 바람이 놓아 버린 파도는 쉼 없이 애끓는 부르짖음을 그칠 줄 모릅니다. 오히려 시인의 사랑과 그리움은 비우려 하면 할수록 더 안타깝게 살아나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 시심이 오롯합니다.

어느 이른 봄날

노릇한 산수유 꽃눈 앞에서

너와 난 서로 다른 것을 보았듯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야 하는 모래톱 위

빈 가슴으로 남아 있듯

구름이 하늘과 하나 될 수 없는 지점

모두 눈물이었듯

내가 네 눈길과 어긋난 그 간이역에서

내 한숨은 바람 되어 떠났느니

이 밤도 별빛, 달빛은 고요에 실려

머리 위로 하얗게 쏟아지는데

파도의 애끓는 부르짖음

그칠 줄 모르네

―「바람이 파도의 손을 놓아 주듯」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