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휴게소

2021-09-27     이종근 시인
이종근

삶이 미끄러지듯 보드라이¹ 달리고 달린다

뒷간에 들러 단박에 오줌보를 쭉 비우며

어깨 활짝 펴고 허리춤을 빙빙 돌리고

 

서정에 주어진 촌음²을 빼곡히 쉬어간다

옥천을 한 움큼 담아다가 씹어 들이키고

지용의 시 한 줄, 허리춤에 단단히 차고

 

다시 쭈뼛쭈뼛해지듯 야무지게 달린다

행여나 내 바퀴가 성큼성큼 달리듯

이곳저곳에 고단한 삶, 보이지는 않을까

 

힘들고 아픈 듯한 원고지 지면에

자동차 네 발의 생각이 쿡쿡 눌러 닳도록

지용의 시 한 줄, 길 위를 중후하게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