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국수

2022-04-10     김윤수 시인
김윤수

멸치의 희생,
깊이 우려진 맛으로 분위기 잡고
휘휘 감긴 모습으로
그릇을 채운 국시

젓가락에 휘휘 말아
욱여넣듯이 입에 밀어 넣는다
감치 듯 안기는 맛

약간 부족한 아쉬운 마음,
그래도 국물을 보니
넉넉해진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양손으로 그릇을 움켜쥐고
15도로 시작하여 45도까지
그릇은 반바퀴 돌고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자리에 앉는다

포만의 기쁨
국시 가닥만큼이나 마음이
넉넉해진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