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구물박(窮寇勿迫)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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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구물박(窮寇勿迫)의 지혜
  • 이미자 기자
  • 승인 2018.10.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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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도적을 쫒지 말라.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모질게 다루면 도리어 해를 입게 된다.

중국의 당나라 이세민은 천하통일 전쟁을 할 때 적수는 두건덕(竇建德)이었다. 두건덕은 조폭출신으로 수양제의 고구려 침략 후 수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세력을 키웠다. AD617년 장락왕(長樂王)이라 칭하며 여러 군현을 함락시켜 이듬해 하(夏)나라를 세웠다. 하왕이 되어 많은 군대를 모아 이세민과 대적하였다.

이세민은 두건덕과 최후 결전을 할 때 “김빼기”작전을 펴서 이겼다. 손자병법에 “날카로운 군사는 공격하지 말고 이병(적을 유인하는 병사, 미끼)은 먹지 말고, 돌아가는 병사는 막지 말라. 포위된 군사는 반드시 길을 터주고 궁박한 적은 압박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이세민은 이 전략을 활용하여 두건덕을 제압하고 중국을 통일하였다. 이세민과 두건덕 양군은 범수(犯水)에서 대치했다. AD621년 5월2일 두건덕군은 동쪽 기슭에서 20여리나 늘어서서 당군을 향해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세민은 높은 곳에서 적진을 살펴보고 이렇게 판단했다. “적들을 보니 표정이 험상궂고 평온치 않으며, 무엇인가 다투고 있다. 저건 군기가 빠진 상태다. 게다가 성 가까이 진을 치는 것은 우리를 얕잡아 보는 것이다. 이럴 때는 공격보다는 적의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리다 적이 굶주려 돌아가려고 할 때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 이세민의 판단은 적중했다.

  새벽5시부터 두건덕군은 굶주림과 피로를 못 이겨 털썩 주저앉거나 서로 다투고 물을 빼앗아 먹는 등 진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세민은 놓치지 않고 총 공격하여 적을 궤멸시키고 두건덕을 사로잡았다. 이세민은 중국을 통일하고 마침내 당나라 태종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다윗이 왕위에 오른 지 얼마 후 남북 전쟁이 벌어졌다. 치열한 접전 후 북이스라엘이 패배하여 군 사령관 아브넬이 도망가자 남측 장수 아사헬이 추격하였다. 아브넬은 백전 노장이고 아사헬은 젊은 장수다. 아브넬이 아사헬을 향하여 “나를 더 이상 쫒지 말라. 내가 너를 죽이면 너의 형, 나의 친구 요압의 낯을 어떻게 보겠느냐?” 아사헬은 들은 척도 않고 계속 추격하자 아브넬이 창 끝을 뒤로하여 아사헬의 배를 찔렀더니 창끝이 등까지 나와 비참하게 죽었다.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게 된다는 손자병법의 좋은 교훈이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예를 보자.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무력으로 점령하자 미국이 육해공군을 동원하여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고 적절한 선에서 전쟁을 종결하였다. 미국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국제경찰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셈이다. 그런데 아들 부시 대통령 때는 9.11테러범의 배후가 이라크라고 추정하고 끝까지 몰아붙여, 이라크 군대를 궤멸시켰지만 미국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지금도 미군은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투자에 비해 이익은 미미했다. 상처뿐인 영광이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로 여겼고, 아군 피해 최소화를 중요시했다. 미군은 이 교훈을 간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끝까지 하겠다고 수차례 첨언하였다. 적폐청산은 잘못된 제도와 관습을 시정하는데 방점을 두어야지 인적 청산에 몰입한다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窮鼠囓猫) 궁구물박의 지혜를 배우자.

#광장21 #이홍기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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