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 대표와 함께 한 단합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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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 대표와 함께 한 단합모임
  • 염재균 수필가
  • 승인 2021.11.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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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 염재균 수필가
 덕천 염재균 수필가

가을은 서먹서먹한 사람들이 만나 친밀감을 느끼게 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는 기회의 계절인 것 같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서 절정에 이르면  결실을 거두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사계절 중에서 함박웃음이 가장 많다고 한다. 또한, 가을은 만산홍엽으로 물들어 가면서 사람들을 유혹하여 하나둘 또는 무리를 지어 산을 찾아가게 하는 묘약을 가진 술수의 대가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나무들도 어느새 다가왔는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푸른 잎을 자랑하던 은행잎들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맵시를 뽐내고 있었고, 다른 나무들도 울긋불긋 어여쁘게 몸단장을 하고는 오고가는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서 황홀경에 빠져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

정년퇴직을 한 후 무엇인가를 할 소일거리를 찾다가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자리가 있다는 같은 아파트 동 대표 선배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 411동의 동 대표로 출마하여 3년 전부터 일을 해오고 있다. 동 대표의 자리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자리로 주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1년 전부터는 감사로서 관리사무소에서 집행한 회계 처리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잘못 처리된 사항은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달인 9월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에서 401동 대표 000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회의 때만 참석하여 안건에 대한 의결만 하고 헤어지기 때문에 서먹서먹하여 임기동안 친밀감을 도모하고 회의를 원활하기 위해 동 대표의 단합대회 성격인 산행을 제안하게 되었다. 삼부아파트 4단지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동 대표들이 진지하게 검토한 결과 10월 29일(금요일) 출발하기로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무주의 구천동 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10월 29일 드디어 출발하는 날 동 대표회장이 김밥과 음료수를, 00대표님은 단감과 빵을 준비하여 오전 8시 30분경에 동 대표들이 관리사무소 앞에서 만나 8명이 차량 2대로 4명씩 나누어서 탑승하여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준비를 해주신 대표에게 모두들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소장과 직원들도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민원처리 등 근무시간이라 희망일 뿐이었다. 차량 2대중 한 대는 필자가 직접 운전하여 대진 고속도로로 가기 위해 산성동을 지나 안영ic로 진입하여 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남대전ic 부근을 지나면서 가을의 맛을 느끼는 단풍의 향연(饗宴)은 시작되고 있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단풍의 바다와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스쳐가는 가을하늘은 푸르고 들녘은 콤바인으로 수확을 하는 맹활약으로 조금씩 자취를 감추어 가는 황금물결이 사라져 가고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참을 달리다가 잠깐의 휴식과 간식을 먹기 위해 금산인삼 휴게소에 들렀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휴게소 음식은 사먹지 않고 차 안에서 가져온 김밥과 물 그리고 과일 등을 먹었다.

휴게소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무주를 향해 차량은 다시 출발했다. 곳곳에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어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가야만 했다. 무주 근처에 다가오니 붉은색 바위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한 적상산(赤裳山)의 단풍이 한 폭의 산수화 마냥 보여주고 있었다.  적상산은 한국 100경 중 하나로 산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여러 번 가본 기억을 되살려 본다. 산중에는 안국사(安國寺)와 조선시대에 승병을 양성하던 호국사(護國寺) 등의 사찰이 있다.

무주ic를 빠져나와 장수방면의 국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갈비짬뽕으로 유명한 00식당을 찾아가곤 했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 아쉬운 추억으로 남았다. 국도를 달리다가 왼쪽인 구천동 방향으로 접어들자 무주의 사과를 파는 노점도 보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빨갛게 물든 단풍으로 인해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다. 출발할 때 긴장했던 마음들도 어느덧 풀어지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연신 싱글벙글 표정이다. 차는 어느새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관광지인 구천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동 대표들이 많아 힘든 산행은 하지 않기로 하고 우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물색하기로 했다. 이곳 무주가 고향인 401동 최00 대표가 장소를 정한 다음 몸과 마음을 홀리는 가을 산행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 산행을 하게 되는 구천동 계곡은 덕유산국립공원(1,614m)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계곡으로 입구인 나제통문을 비롯하여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위치해 있다고 한다.

여름철의 무성한 수풀과 맑은 물은 삼복더위를 잊게 해주며,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철의 단풍과 겨울철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맑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코스로 우리들은 비교적 완만한 ‘어사길’을 택해 비경을 즐기며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눈에 먼저 띄는 것은 20m 높이의 느티나무로 수령이 360년 정도 되어 보이는데 보호수로 사랑해 주고 아껴주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먼저 구천동의 비경인 월하탄(月下灘)을 볼 수 있었는데,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두 줄기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으로 모두들 깨끗한 물과 경치에 탄성을 질렀다.

공원 입구에는 소원나무가 있었는데, 죽은 구상나무 두 그루가 속살을 드러낸 채 쓸쓸히 오고 가는 등산객에게 안전산행을 바라며 서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소원나무를 지나 모두들 어사길의 비경을 감상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 일행이 가는 어사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시원스럽게 계곡물소리가 들리는 단풍의 천국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두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저기서 핸드폰으로 멋진 단풍의 모습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10월이 가기 전 동 대표들의 단합을 위한 계곡산행을 너무 잘 추진했다고 하면서 앞으로의 모임도 자주 가졌으면 하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청렴의 상징 “암행어사 박문수”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이곳 어사길은 계곡을 따라 굽이쳐 흘러내리는 맑은 물처럼 깨끗한 선비의 정신을 구현하여 백성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을 해결해 주는 어사 박문수의 음성이 계곡에 메아리쳐 들릴 것만 같다. 비경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올라가 널따란 바위가 있는 곳에서 앉아 가져온 김밥과 음료수를 먹으며 사진 한 컷을 위해 포즈도 취해본다. 회의 때마다 의견충돌이 있었던 00대표도 오늘은 부처님의 모습처럼 인자해 보인다.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의미 있는 단합모임의 단풍 산행이었다.      

비경 중에는 소원성취의 문과 탑도 있었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의 문도 우리 일행을 반기는 것 같아 무릉도원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사길을 끝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맛있는 점심식사 예약이 12시 30분경으로 되어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하는 길은 계곡으로 이어진 어사길이 아닌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로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화려한 모습을 지닌 단풍의 색깔은 더욱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졌다. 약 2시간에 걸친 오솔길을 따라 걷는 산행이었지만, 동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며 걷을 수 있는 단합의 기회가 되어 앞으로 삼부4단지 아파트의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해 노력하리라 기대하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능이백숙을 잘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곳에 위치한 한적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 모임에 대한 성과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깊어가는 무주 구천동 어사길의 가을 단풍을 즐기기 위한 산행과 단합모임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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