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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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 정진숙 시인
  • 승인 2021.11.0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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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숙 시인
정진숙 시인
정진숙 시인

화창한 대낮 여객선 안
사량도가 뿌옇게 
보인다

통영 앞바다 이쪽 
기슭에서 
숨을 죽이고 웃는 그녀를
두고 떠나야하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도 
호미로 땅을 파고
민들레를 캐며 
시름을  잠재울까

가녀린 손으로 
흙 한줌 덮어 
키작은 맨드라미를 
심는다

예민한 시기를
살아가는우리들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할만도한데
움켜쥐는 부끄러운 
내모습

에메랄드빛 바다를 닮은 
그녀에게서
맨드라미 향이 
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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