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섬 가조도ㆍ산월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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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섬 가조도ㆍ산월도 산행
  • 염재균 수필가
  • 승인 2022.01.19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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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 염재균 수필가
 덕천 염재균 수필가

2022년 1월 16일(일요일)

요즘 겨울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절기상 소한(小寒)이 지나면 눈이 내려야 하는데 어둠이 밝아오는 아침 무렵에 창밖을 보니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사람들이 다니는 길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대전00산악회에서 하는 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서둘러 배낭을 챙겨 시내버스를 타려고 집밖을 나섰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어 금방이라도 비나 눈이 올 것만 같다. 우산이나 비옷이라도 챙겨올 걸 하고 후회도 해본다. 그런 걱정을 하며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 충남병무청 앞에서 내려 코스 경유지인 편의점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함께 산행하기로 한 버드내아파트에 사시는 일행 세분이었다. 반갑게 눈인사를 나눈 후 편의점 앞으로 가서 타고 갈 산악회 대절 버스를 기다리며 새벽에 예기치 않게 내린 비로 날씨를 걱정하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예정된 시간인 오전 7시 30분 경이 되자 36인승 관광버스가 도착하여 우리 일행들을 태우고 대전ic를 향해 출발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대전역을 비롯한 시내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잘 알아볼 수가 없어서 답답하지만 각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언제쯤이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여행이나 쇼핑을 즐기게 하려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려는지 알 수가 없어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통영 가는 방향으로 차는 달려가고 있지만, 안개가 자욱이 깔려있는 도로주변은 오리무중(五里霧中)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오늘 산행을 이끌어줄 한 분이 나와 우리 일행들이 산행할 거제도의 작은 부속섬인 가조도와 산달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짧은 코스이지만 경사가 심해 안전한 산행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아침식사를 위해 오전 8시 20분경에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휴게소와 조금 떨어져 있는 쉼터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뜻한 밥에다 시금치국을 넣고 입안으로 넣으니 추운 날씨에 가슴이 탁 트이고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필자에게 눈앞에 놓인 김치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약간 그늘진 곳이라 찬바람이 다가와 속삭이며 말한다.

 “ 이처럼 추운 날씨에 무슨 산행이냐고.”

 나도 바람에게 귓속말로 대답했다.

 “오죽하면 집에 있지 않고 고생을 하는 산행을 하겠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식사 후에 일행 중 한 분이 먹으라고 나누어준 말랑말랑한 곶감이 입안을 달콤한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달콤한 향기가 온몸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차는 남쪽으로 달려 산청휴게소 부근에 다다르니 만산을 감쌌던 안개가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다가오니 굳어져 있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산행을 걱정하는 필자의 아내와 개구쟁이 손자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라며 전화가 왔다. 거제대교가 눈앞에 보인다. 거제도는 예전에는 제주도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다란 섬이었는데, 커다란 다리가 놓여 있어 육지와 다른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아내와 함께 들렀던 거제도는 6.25 전쟁 때 포로들을 수용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곳이다.

거제대교를 지나니 푸른 바다에 펼쳐진 굴 양식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바다의 수온이 올라 올 한해의 굴 농사를 망치게 됐다는 어민들의 한숨진 소리를 방송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려온다.  

약 20분 정도를 달려 가조도를 연결하는 연육교를 지나서 1차 산행의 목적지인 작은 부속섬인 가조도(加助島)에 도착했다. 연육교는 2009년에 개통하였다고 하는데, 다리가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펼쳐진 모습이었다.

가조도 보건진료소 앞에 도착하여 가볍게 몸을 풀 사이도 없이 옥녀봉(해발331.9m) 등산로 안내도를 살펴본 후 소로 길을 따라 산행은 시작되었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사람들과 산행 경험이 많은 분들이 앞장서서 일행을 이끌었다.  출발지점부터 정상인 옥녀봉까지는 약 1km 정도로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산행을 해보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시작을 하자마자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비탈길이라 욕심을 내 걸었더니 숨이 탁하고 멈출 것 같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봤다. 저 멀리 보이는 쪽빛 바다에는 동해바다처럼 파도가 일렁이지 않는 고요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바다처럼 보였다.

중간지점에 다다르니 잠시 쉬면서 가라고 해놓은 임도 전망대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가 눈에 띈다. 잠시나마 의자에 앉아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본다. 필자와 뒤cj져서 따라오던 안면이 있던 일행은 힘들어서 산행을 포기하고 해변 길을 산책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잠깐의 휴식을 끝낸 후 힘을 내서 이번에는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상인 옥녀봉(玉女峰)이 가까울수록 경사도는 심해서 온몸으로 땀이 흘러내리는 힘든 산행이었다. 드디어 등산을 시작한 지 40여 분 만에 정상에 발을 디뎠다. 정상에 오르니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기분이었다.

정상을 등반한 기념으로 인증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경사가 심해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한차례 넘어질 뻔했다. 계단 곳곳에 낙엽들이 쌓여있어 더욱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20분 정도를 내려오니 어촌마을인 신교마을의 바닷가 선착장 근처에 도착했다. 산행했던 옥녀봉이 있는 산을 바라보니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곳 어촌 마을에도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눈에 띄질 않는다. 추운 겨울철이라서 그런 것 같아 보인다.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산행으로 지친 일행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국과 밥 그리고 김치)를 주체 측에서 제공해 주어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바다를 바라보며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경 다음 산행지인 산달도(山達島)를 향해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출발했다.  30여 분을 달려 섬과 연결된 산달연육교를 지나 확장공사가 한창인 산달도 해안 도로의 카페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 도로 옆에 있는 마을에는 굴 양식을 위해 쌓아 놓은 굴 껍데기가 많이 보인다.

공사로 인해 흙먼지가 날리는 해안 도로를 걷다가 등산로 입구인 산후마을에 도착하여 당골재산(해발 235m)을 향해 오르기 전에 입구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에 눈길이 갔다. 설명에 의하면 이곳의 섬에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사이로 달이 솟아오른다고 하여 삼달이라 부르다가 약 4백 년 전 이 섬에서 정승이 태어난 이후부터 '산달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온 일행 중 부부와 필자 셋이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곳도 경사가 심한 것은 오전에 산행한 옥녀봉과 비슷할 정도로 비탈진 곳이었다. 엉성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이 비바람에 썩고 부스러져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 보였다.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피곤에 지친 다리를 이끌며 당산재산에 오르니 따뜻한 햇살이 다가와 정상 등반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 정상에서의 기쁨을 만끽한 다음 천천히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면서 억새로 이어지는 어머니 품속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17년 전에 하늘의 별이 되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산전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길옆에는 빨간 동백꽃이 피어 반기고 있었다. 수확을 끝낸 유자나무 과수원에는 쓸모가 없어 버려진 유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산전마을을 지나 출발지인 산달연육교 밑의 카페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드디어 산달도의 산행도 끝나고 휴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거제도의 부속섬인 가조도와 산달도의 산행은 필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산행이었던 같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섬 산행을 통하여 비록 짧은 코스라 하더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는 통영에 들러 수산시장도 구경한 후 싱싱한 횟감을 사서 바닷가의 계단에 앉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소주에 같이 먹는 시간을 가졌다.

겨울철의 해는 짧기 때문에 벌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대는 늦은 밤 대전으로 돌아오니 산행으로 인한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건강을 위하여 다음에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다른 산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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