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의 갑 질,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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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의 갑 질, 사라져야
  • 홍승표 시인
  • 승인 2022.03.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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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시인
홍승표 시인

경기도 도의원들이 도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에게 갑 질을 일삼았다고 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도의원들의 다과 심부름에 시달리던 사무처 공무원들이 익명 커뮤니티에 ‘의원 갑질’을 폭로한 것이지요. 경기도의회에서 일하는 한 사무처 직원은 “의원이 자기 개인사무실로 올라와서 과일 깎으라고 했다는데…개념이 없네요.”라고 갑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습니다. 이 글이 올라오자 “방 하나씩 주니까 실국장이나 기관장인 줄 아는 듯”, “아휴 ○○들 진짜” 등 의원 갑질을 성토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고 합니다.

문제의 갑질은 도의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한 도의회 광교신청사가 개청하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지요. 구청사 시절 의원들이 개인 사무실이 마련되지 않아 상임위원회 사무실을 공유할 때도 상임위 소속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잔심부름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급기야 의원들이 개인 사무실을 하나씩 꿰차면서 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국민 공복인 공무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행위는 상식과 법률에 어긋나고 시대상황에도 맞지 않는 행태입니다.

경기도의회도 가뜩이나 도지사 부인의 갑질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는 듯합니다. 서둘러 윤리위를 소집해 자정 방안을 만들겠다고 나섰지요. 지방자치가 부활했을 때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습니다. 그러다 전문성을 높인다며 유급직으로 전환시켜 놓았지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도의원들은 보좌관 신설 및 개인 의원 실을 요구하는 등 국회의원급 예우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습니다. 경기도의회 신청사에 의원들의 개인 사무실이 제공된 것도 이렇게 집요한 요구에 따른 것이지요.

경기도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충남 도의원도 충남도 농림 축산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답변하는 국장에게 “그런 핑계 대지 마, 뭔 답변이야”라며 반말을 하고 손가락질은 물론 고함을 치며 윽박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장이 도지사를 믿고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거야?”라고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이지요. 또한 배석한 팀장이 국장의 답변을 돕고 나서자 “아이 건방지게, 발언권도 없으면서”라고 소릴 질렀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일자 마지못해 “행정 감사장에 있던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지요.

전북의 한 도의원은 2019년 도교육청에서 사업가인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가 거절당하자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고 합니다. 의원이 보낸 업자를 만난 이후, 그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화를 내면서 '가만히 안 놔둔다. 나에게 걸리면 죽는다.'는 폭언을 퍼붓고 일방적으로 끊었다는 것이지요. 폭언을 한 게 논란이 되자 그는 결국 사과했는데 비난 여론에 등 떠밀려 형식적으로 사과했고 진정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갑질 문화 척결을 주장하고 나서 '유체이탈 화법'이란 여론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저는 10년 전,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땐, 여야 도의원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았지요. 매일 의장실과 양당의 대표실을 찾아 도의회와 집행부의 이견을 조율하는 일을 했습니다. 물론 도의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했지만 집행부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었지요. 그땐 의원들의 갑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견제세력이 없으니 안하무인 갑질을 하거나 인성이 부족한 탓일 테지요.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하는 이유이고 갑질은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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