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호의 '엇노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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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의 '엇노리' 발간
  • 김용복 평론가
  • 승인 2023.05.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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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엇노래 시조집
유준호 시조집 '엇노리' [사진=김용복]

유준호 시조집 '엇노리'가 발간됐다. 

1971년 시조문학에 이태극천으로 등단한 유준호 시인은 이번 시조집 '엇노리'에서 때늦은 사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어머님이 사신 86년만큼 ‘엇노리’ 86곡에, 가신 다음의 그리움을 ‘속 엇노리’로 더해 14곡을 담았으며 최근 창작된 일반작품 10편을 추가했다.

여기 보인 작품들은 대부분 그리움을 담은 것들이기에 감성적, 서정적이다.

유준호 시인은 여적에서 '엇노리'엔 어머님 삶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 부족하지만 내 그리움의 하늘인 어머님 영전에 이를 고이 올린다고 적었다.

유준호는 가람문학회장, 대전시조시인협회장, 한국시조문학작가협회 부회장,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등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문학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시조집은 <꽃의 숨소리> <바람 한필> <동지섣달 비질하다> 등 9권, 평설집에 <운율의 미학을 찾아>, 수필집에 <설화를 품은 꽃들>, 세계명작다이제스트 <사랑의 향기> 등이 있다.

<여적(餘滴)>

우리가 온 곳은 어디이며 우리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인간은 잠시 이 세상을 빌려 한동안 소풍(逍風)을 하다가 소풍을 마치면 본디 온 곳으로 간다는데, 본디 온 곳은 하늘인가 땅인가 아니면 어느 미지의 우주인가. 온 곳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이승 떠나 저승에 살다 온 이도 없으니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만상은 영혼이 있고, 영혼은 자연의 섭리(攝理)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내게 등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태어날 때 양손에 꼭 쥐어 주셨습니다.

앞길을 비추어나갈 등 켜서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자기 등을 챙겨서 가셨습니다.

무거운 어둠을 걷어내며 가셨습니다.

저승길 굽이굽이를 등 밝혀 가셨습니다.

                      -<등(燈)>-

 

유준호 시조시인[사진=김용복]
유준호 시조시인

등(燈)은 어둠을 밝혀 삶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머니는 내 등(燈)을 마련해 주시고, 스스로의 등(燈)을 마련하여 이를 들고 가셨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하늘이다. 이 하늘이 사라지면 누구나 가슴에 큰 지진을 일으킨다.

그래 내 가슴속 진도(震度)를 여기에 기록해 보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시어 우주에 존재하는 자연이 되시었다.

엇노리란 말은 사모곡의 순우리말로 이 시조집에는 어머님이 이승에서 사신 모습과 저승에 계실 영자(影子)를 상상으로 좇아가며 이를 자연 섭리로 펼친 모습이 있다.

어머님은 독실(篤實)한 불자(佛子)였으니, 윤회환생 하셨을까. 아마도 극락왕생(極樂往生)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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