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길을 걸을 때는
꽃만 보고 가지마세요
가을 들녘에
눈길이라도 한번 주고가요
천둥번개
비바람을 겪은 사랑이
영글어 가고 있어요
동그라니 웃음 짓는 호박
흙 두렁 틈 벌린 붉은 고구마
수없이 매달린 들깨알 , 콩꼬투리
벼, 조, 수수는 절까지 하네요
꽃은 눈을 유혹하지만
곡식은 진실이 여문 것
한해살이를 아쉬워하며
결실을 주고 일생을 마치는 서글픈 것들
눈길이라도 한번 주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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