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된 장종태 전 서구청장을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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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가 된 장종태 전 서구청장을 만나보니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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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칼럼니스트
김용복 칼럼니스트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장종태 전 서구청장이. 나도 실업자요, 그도 이젠 실업자다. 같은 처지의 실업자인데도 그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지난 지방 선거에서 낙선하여 대전 서구청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가 물러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좌파의 수장인 이재명과 문재인의 실책으로 일어난 특급 태풍으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후보라면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는 피해를 준 태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잘하고 있는 그대를 끄집어내어 허태정 대전시장과 링 위에 오르게 한 것도 그대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안다.

필자는 그가 낙선된 이후 그를 만나려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손을 써 봤다. 그런데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막내딸 내외와 저녁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갔는데 옆좌석에 앉아있는 분들의 대화 가운데 장종태 청장이 갈마동에 와서 지인들과 식사를 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귀가 번쩍 띄었다.

무조건 전화를 돌렸다. 

“장 청장, 갈마동에 있다며? 어디야, 내가 갈게”

그리고 내가 있는 식당을 알려 줬다. 10분쯤 지났을까. 장 청장이 나타났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장 청장이 말했다.

“실업자가 되고 보니 그렇게 바쁠 수가 없더군요.”

그랬을 것이다. 그는 덕(德)을 갖춘 목민관이다 보니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를 만나려는 분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청탁을 하기 위해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위로’라는 따뜻하고 정감 어린 마음을 선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부러웠다.

찡그린 얼굴은 예쁜 얼굴도 보기 싫고, 웃는 얼굴은 미운 얼굴이라도 예쁘게 보인다고 했다. 그는 청장 재임 8년 동안 화내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애창곡 ‘울고넘는 박달재’를 부를 때도 부르고 나선 곧 웃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를 ‘덕장목민관’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던 것이다.

그가 낙선하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때 필자는 ‘발효식품으로 남아달라, 장종태 전 서구청장이여!’라는 제하의 칼럼을 언론에 발표한 일이 있었다.

《장종태 전 서구청장이여, 우리 서구민 곁에 발효식품으로 남아주기 바란다.

오래되면 썩어 버리게 되는 식품도 있고, 오래될수록 발효되어 사람들에게 건강을 지켜주는 발효식품도 있다. 장종태 전 서구청장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서구민 곁에 발효식품이 되어 건강식품으로 남아 있어 서구민들을 지켜주기 바란다.

문요한이 쓴 <문요한의 마음 청진기> 중에는 "지나친 좌절과 어려움은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좌절 경험과 어려움의 결핍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또한, 사쿠라이 쇼이치와 후지타 스스무가 쓴 <운이 복리처럼 쌓이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책에도 "나는 세상살이가 버겁다거나 가혹하다고 느껴질 때면 자연의 그런 혹독함 속에 놓여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처럼 인생에서 혹독한 국면을 맞았을 때 대자연의 그것에 비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받아들인다면, 역경은 적이 아니라 나를 강인하게 만들어줄 아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고 하였으며, "애초에 인생에는 혹독한 상황이 늘 따라다닌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인생의 전체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생이란 언제나 밝고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 사람보다 역경에 처했을 때 훨씬 강인하고 끈기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떠나면서 장종태 청장은 입장문을 발표하였는데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50만 서구민 여러분, 그리고 지지자 여러분. 저는 이번 서구청장 선거에서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서철모 서구청장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로운 서구' 꼭 만들어 주십시오.”

실업자가 된 장종태 전 서구청장을 환영하는 필자의 딸들과 갈마동 주민들
실업자가 된 장종태 전 서구청장을 환영하는 필자의 딸들과 갈마동 주민들

자랑스러웠다.

선거에 실패하여 떠나면서도 그대의 뒤를 이어받은 서철모 서구청장에게 축하도 하고 '서구 일꾼'으로서 “서구 발전을 위한 사랑과 노력은 멈추지 않겠다.”라고 했으니 서철모 서구청장과 서구 주민들을 돕는 발효식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대는 8년 동안 서구민을 지켰던 자랑스러운, 그리고 존경받던 목민관이 아니었던가?

그 결과로 실업자 신세가 된 지금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니 그대를 바라보는 서구 주민들이 얼마나 존경하겠는가?

그대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내 또 다른 딸들과 주민들을 보라. 내 딸들은 그대와 얼굴을 부벼대며 사진을 찍고 주민들은 달려와 음식상을 새로 차리지 않았던가?

장청장과 환하게 웃는 필자의 딸들
장청장과 환하게 웃는 필자의 딸들

화내는 얼굴은 아는 얼굴도 낯설고, 웃는 얼굴은 모르는 얼굴이라도 낯설지 않는 것이다.

하늘은 그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나라와 서구 주민을 위해 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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