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
윤두용
정월 열나흘 밤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산으로 올라
생솔가지 잘라 논 가운데 쌓는다.
솔가지 더미에 불을 놓으니
어둠 속 밝은 빛으로
거대한 불꽃은 찬란히 타오른다.
올 한 해 불운들
모두 다 태워 소멸시켜
깃털 같은 불꽃들
밤하늘 높이 훨훨 날은다
어마어마한 불길에 황홀감
우리는 마득사리에
올 한 해 만사태평을 기원하였다.
야심한 밤이 돼서야
온 산야는 추위에 떨고
보름달도 신기한지 황홀함에 빠져
올 한 해 길운으로 밝혀 준다.
우리는 도랑물에 손을 씻고
논두렁에 걸터앉아
달빛 속으로 날아가는
연기를 보며 뿌듯함에 잠겨본다.
불꽃이 서서히 사그라든 뒤에도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서
알불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찬란히 타 오르던 불길이
못 내 아쉬운 듯,
달집 쥐불놀이는
그렇게 망상처럼 사라져 갔다.
'마득사리...란 (순우리말)
노래의 장단을 맞추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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