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백만 원짜리 전세방에 홀로 세 들어 사는 여인 /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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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백만 원짜리 전세방에 홀로 세 들어 사는 여인 / 김용복
  • 박선희 기자
  • 승인 2019.07.21 0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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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 극작가 · 칼럼니스트
김용복 / 극작가

30㎤의 좁고 밀폐된 공간.

가족도 없었다. 세간이라고는 남편과 생전에 찍은 사진 한 장과 남편이 당신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지은 시집 ‘여보, 어디 있어요?’ 한 권 뿐이었다.

좁은 공간에 사는 여인은 그 남편과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여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함께 보던 내 아내 오성자가 무어라 떠들어대더니 분위기에 눌렸는지 조용해졌다.

 


2019, 7, 20(토) 녹야원

월정에게 일정을 물었더니 아내를 만나러 간단다. 나도 가겠다고 했더니 10시에 녹야원에서 만나자 한다. 현충원역을 조금 지나면 우측에 있단다. 아내에게 가자고 했다. 내 아내 오성자는 나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라 따라나선다. 그 좋아하는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치매 4급이지만 나를 알아보고 가족들과 지인들도 모두 알아본다.

차를 몰아 동학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현충원역을 지나 조금 가니 월정이 먼저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를 잃고 2년 여, 그는 매일 울부짖으며 ‘여보, 어디 있어요?’를 찾았다. 그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을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생각하다보면 곁에 살아있는 아내가 그만큼 고마운 것을 알게 된다. 월정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난 내 아내 오성자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소금과 설탕을 구분 못하면 어떻고, 거실바닥이든 침대 위에든 침을 뱉으면 어떠랴? 살아있다는 따뜻한 체온만 느끼게 해주면 그걸로 행복한 것을.

과거도 미래도 없는 내 아내 오성자에게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남편만 있으면 되는 것을.

“여보 긴 세월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 웃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종종 내 뱉는 말이다. 아내의 손은 언제나 따뜻했다. 이 따뜻한 손이 언제까지 내 손에 잡혀 있을 런지.

지금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월정에게는 그런 행복이 없는 것이다. 바라보며 서로 웃는 행복도, 무엇인지도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행복감도, 아내의 대소변을 치우는 행복감도 사라진지 오래다.

 

 녹야원에 들어섰다.

미모의 아가씨가 현관 앞에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납골당이라는 선입견과 웅장하고 높은 천장 때문인지 으스스했다. 그리고 그 으스스한 기운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좋아라 떠들어 대던 아내도 기운에 눌려 조용해졌다.

 

세상에!

이런 곳에 묘령(妙齡)의 아가씨가 혼자서 근무하고 있다니? 안내하는 말투며, 행동이 몸에 익은 듯 친절하고 상냥했다. 잠시 후에 젊은 청년이 함께와 안내를 도왔다.

녹야원 추모관에 대한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녹야원 납골당(추모원)은 국립현충원 옆 대전 유성의 중심에 위치해있으며 명산인 계룡산맥을 이어받은 문필봉, 옥녀봉을 주산으로 왕가봉 아래에 위치하여 좌청룡 우백호 형상으로 이상적인 명당이다.

녹야원 납골당은 고인을 모신 참배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뵐 수 있으며, 고인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사이버 추모관 및 유가족들을 위한 북카페, 갤러리 등의 편리한 주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고인에게는 보다 아늑한 안식처요, 유가족들에게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내 친구 월정의 아내 이병증 여사는 제 3추 모관에 안치되어 있었다. 눈높이로 참배하기에 적당하며 밝은 곳이었다. 남편이 700만 원에 전세를 얻어 평생을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한 집이라 했다.

그는 우리 내외를 보고 웃어주고, 우리 내외는 그를 보며 울면서 기도 했다. 눈물이 그렇게 마구 흐를 수 없었다. 독방에 홀로 사는 월정의 아내 때문이 아니라, 내 곁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내 아내 오성자가 고맙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월정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월정아, 우리도 세월이 지나면 이곳에 와서 함께할 게. 그래서 외롭게 지내지 말자, 응?”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마저 찌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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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타 2019-07-21 14:57:50
우리 친정어머니 생각을 하니 저도 울컥하네요
아내 사랑에 가슴도 찡하구요
시간될 때 한 번 찾아가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