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 손자와/나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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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둥이 손자와/나영희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2.2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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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희/시인
나영희/시인

손짓 발짓 몸을 흔들며 눈도 찡긋거린다.

음악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혼자 기분에 따라 시시때때로 춤을 춘다

몸에 움직임이 어찌나 유연하던지...

 

노래에 따라서 율동도 변한다. 빠르게 느리게 나에게는 딸이 낳은 9살짜리 손자가 한 명 있다. 다음 달이면 아들에게서도 손자가 태어난다

 

내가 하는 얘기는 그래서 모두가 외손자의 얘기다. 대전에 처음 캣츠영화가 들어왔을때 손자랑 함께 봤는데 지금은 손자가 영어로 곧잘 노래를 따라 한다.

예전에도 겨울왕국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었다. 다음에는 코코에 빠져 코코 노래만 부르고 같은 영화를 집에서 T.V로 10번 정도는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노래를 외우고 캣츠도 많은 노래가 나오는데 어떤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부르기도 한다. 다른 노래는 따라서 함께 부른다 .

우리는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흐뭇해하며 대견해 한다.

요새 아이들은 방송도 많이 보고 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줘서인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말들을 잘 한다.

어린애인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어른스런 말을 생각해서 할 수 있을까 하고

깜짝깜짝하고 놀란다. 내 손자뿐 아니라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그런 것 같다

딸은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한밭도서관에 곧잘 갔는데 요사이는 산성도서관으로 옮겨서 다니는 것 같다.

두 도서관이 모두 친절하기는 하지만 산성도서관엘 가면 갈 때마다 도장을 받고 젤리 종류처럼 된 한 개의 사탕을 받는데 손자는 그걸 굉장히 좋아한다.

5번 이상을 받으면 다른 종류의 사탕을 하나 더 받는단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다녔는데 나중에 그걸 알고 도장을 받았는데 손자는 3번을 받고나서 5번 채우기 위해 엄마에게 겨울방학이라 내일도 가자고 조른다.

갈 때마다 3권에서 5권정도의 책을 읽는단다.

책읽기에 푹 빠진 손자

손자의 집에 가면 거실정면을 책장으로 아예 바꿔 한 면이 온통 책으로 꾸며져 있고 그 옆에 육각형의 책상을 놓았다. 책꽂이에서 바로 꺼내 책읽기 좋게 꾸며 놓았다

손자방에도 커다란 책장에 책이 가득 있다 손자는 책 부자다. 그중에는 선배가 아이가 고학년이 되니까 물려준 책도 있다고 한다. 산성도서관이나 한밭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보는데 어린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다 아시겠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우리나라 대여 문화가 참으로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서대전공원이 있다. 저녁을 먹고 산책삼아 잘 나간다.

그러면 그곳에서 손자 때문에 야구놀이도 곧잘 한다.

남편과 나는 1루와 3루에 서서 공 줍느라 바쁘다. 딸은 공을 던져주고 손자는 치고 한참을 한 후에 그만하자고 해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소리에 힘들어도 할 수 없이 공 줍기를 계속한다.

아빠가 동호회에서 야구를 해서 야구폼을 알려줬는데 어린애가 너무 멋진 폼을 구사해 홈을 돌며 운동하던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한다.

우리가 봐도 폼 하나는 일품이다. 어떤 날은 축구공으로 발야구도 한다. 오히려 발야구가 공 줍기가 훨씬 편하다.

공을 잘 차더라도 멀리 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아장아장 걸을 때는 공원에 있는 비둘기도 무서워하더니 언제 이렇게 야구를 할 정도로 커버렸는지..

 

지금은 어린아이 축구 동호회에 가입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축구를 배운다. 친한 친구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그 맴버들과 근처 아파트 축구장에서 축구하느라 바쁘다. 추운 날인데도 저녁에 끝날 줄 모르고 축구하는 애들 때문에 부모들은 축구장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기도 많이 했다.

이제는 날씨가 많이 풀리고 아직 봄은 아니지만 한결 기다리는 게 괜찮아졌다. 외손자가 처음 생기고 그 당시에 우리는 경기도에 살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가슴 설레고 어쩜 이리 예쁘고 귀엽게 생겼을까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그래도 또 쳐다보고 싶은 어린 손자였는데.

어느새 커서 초등학생이 되었다.

 우리부부는 일을 손에서 놓으면서 손자가 그리워 6년 전쯤에 딸이 살고 있는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동은 다르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날마다 손자의 얼굴을 볼 수 있게되었다

딸이 손자 케어는 다하지만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딸이 바쁠 때는 우리가 손자를 돌보기도 한다

그래도 남편은 손자를 보기 위해서 저녁은 꼭 우리집에서 먹으란다.

오순도손 이야기하며 함께 먹는 저녁식탁 미식가인 남편 덕에 식탁은 항상 풍성하다

막걸리 한 잔씩 하면서 유쾌한 저녁시간을 곧잘 즐긴다.

 우리집에 손자라고는 외손자 딱 한 명 뿐인데 딸도 처음에는 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둘째를 생각하더니 일하느라 시간만 흘러가 버린 것 같다

우리부부는 지금이라도 동생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아들부부는 남편 의견에 따라서 아이들을 셋은 낳을 거라고 하니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다음 달이면 태어날 친 손주 모습을 그리며 나의 인생은 이만하면 욕심내지 않고 괜찮다 하며 빛나는 앞날을 위해 스스로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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