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러나지 못하는 사람들/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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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러나지 못하는 사람들/장상현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3.1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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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상 현/인문학교수
장 상 현/인문학교수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중심으로 기준을 삼아 모든 일을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사회에서 살아가는 삶에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고 위험한 기준이라는 것을 대개는 알지 못한다.

 

우리말에 ‘개도 텃세한다’는 말이 있다. 곧 어디에서나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와 반대말에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곧 타지에서 온 사람이 본래 있던 사람을 내쫓는다는 것을 비유해 하는 말도 있다.

 

기득권의 특정한 예는 조직사회에서는 늘 있어왔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특히 군대의 병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러했으며, 학교 학생들까지도 새로 전입해온 학생들에게 친절한 안내는 고사하고 조기동화를 위한 강압 등으로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이른바 ‘짠밥’ 아니면 ‘고참'(古參)이라는 단어로 정당화시키고 있다. 꼭 기득권만이 그 조직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역사적 소설에서 이것을 증명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곧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가 도원결의 후 갖은 험난한 역경을 헤치고 겨우 한(漢)나라 부흥을 꿈꾸며 하나하나 그 기반을 쌓아갈 때 유비는 군사(軍師)가 필요했고, 그 와중에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소개받아 함께 힘을 합쳐서 천하통일의 대업(大業)을 달성하고자 할 때 관우, 장비는 기득권을 염두에 두고 젊은 공명을 신진세력으로 여기며 유비의 제갈공명 우선의 조직관리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은 공명의 능력과 역량에 관우, 장비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명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로인하여 그들의 목적한 바를 거의 이루게 된다.

 

또한 전국시대(戰國時代) 으뜸가는 장수라 할 수 있는 조(趙)나라 염파(廉頗)장군은 한 때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큰 공을 세운 인상여(藺相如)가 자기와 동등한 상경(上卿)의 벼슬에 임명되었을 때 염파장군은 조나라의 기득권을 가진 장군으로서 인상여를 질투하고 증오 하면서 그를 만나면 크게 모욕 줄 것을 다짐하며 벼르고 있었다.

이에 인상여는 염파장군을 피해 다녔다. 그러자 인상여를 존경하며 따르던 무리들이 인상여를 겁 많은 사람으로 보고 비난하며 떠나고자 했다. 그때 인상여가 말하기를 “그대들은 염파장군과 진나라 왕 중에 누가 더 무서운가?”라고 물었고, 따르던 무리들은 “진나라 왕이 더 무섭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인상여는 “나는 그 무서운 진나라 왕을 꾸짖고, 그의 신하들을 욕보였다. 내 비록 노둔하나 어찌 염파장군 정도를 두려워하겠는가, 지금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감히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염파장군과 인상여)이 있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게 되면 둘 다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를 피해 다니는 것은 국가의 급한 것을 앞세우고 사사로운 원한을 뒤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리들은 인상여를 더 존경하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염파장군은 웃옷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죄인으로서 죄를 청하는 행위 : 우리의 석고대죄와 유사함) 인상여에게 사죄하면서 말하길 “비천한 사람이 대인께서 이토록 관대한 줄 알지 못했소.”라고 진정으로 사죄했으며, 이후 두 사람은 목숨을 줄 수 있는 절친한 관계로 발전됨은 물론 조나라를 강대국으로 육성시켰다. 이 사건을 우리는 고사성어로 문경지교(刎頸之交)라 한다.

요즈음 국회의원후보 공천으로 인한 잡음이 세상을 뒤엎고 있다. 공천심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불복(不服)하여 무소속행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실행하는 자는 많지 않다. 자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개구리는 일보 후퇴하는 모양으로 잔뜩 움츠린 놈이 멀리 뛰는 것이 확실하다.

 

지금의 한 번 양보와 배려가 다음번의 이보 전진으로 이어짐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기득권이 있어 당선이 가능할 것 같지만 천만에.... 두 사람이 만신창이 되도록 싸우면 이득을 보는 자는 제삼자가 될 것이다.(漁父之利) 결국 본인도 망치고, 조직도 망치고, 나아가 나라도 망치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된다. 불만을 삭이지 못해 무소속을 결행하려는 기득권의 후보자들, 그들의 행보가 모두를 망친다는 증명된 고사(古事)를 생각하여 서로가 사는 방법을 택하는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요구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바이다. 다시 깊이 생각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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