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마움을 마음에 간직하며/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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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마움을 마음에 간직하며/김용복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03.2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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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본사 논설실장
김용복/ 본사 논설실장

2020, 3, 15일 일요일.

오늘은 내 막내 계수씨가 70회 생일을 맞는 날이다. 스물한 살에 가난하게 사는 우리 가정에 시집와서 평생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산 고마운 계수다.

우리 4남매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 지금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우애가 좋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염려하고 격려해가며 살고 있다.

엄마는 내가 10살, 둘째 여동생이 여덟 살, 셋째 여동생이 여섯 살, 막내 남동생이 네 살 때 돌아가셨으니 막내 동생은 엄마 기억도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 그 막내가 자라서 지금 일흔 네 살이 됐고 계수씨가 일흔 살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여동생들과 내 아내는 이 자리에 참석을 못했다. 모두들 늙고 멀리 살기 때문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내 동생들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내 큰 여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못한 채 양장점에 다니면서 심부름하며 조금씩 받아오는 돈으로 살림에 보탰고, 둘째 여동생은 사기공장에 다니며 일을 해서 역시 살림에 보탰으며, 막내인 남동생도 초등학교만 졸업한 채 시장을 떠돌며 장사꾼으로 돈을 벌어 살림에 보탰다.

맏이인 나도 평일 날 산에가 나무를 해다 장날이면 시장에 지고 나가 팔아 우리 사 남매는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봉양하며 먹고 살았다.

 

이제 고희를 맞는 우리 막내 계수씨!

우리 사남매가 이렇게 지금까지 우애가 좋게 지내고 있는 것은 우리 막내 계수씨의 공로가 크기 때문이다. 맏이인 나는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따서 여기 저기 전근 다니는 바람에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지 못했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를 임종시까지 모신 분이 내 아우요 계수씨인 것이다.

당시는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소가 없이 가정에서 모시고, 임종하면 살고 있는 집이 장례식장이 됐던 것이다. 그 임종과 장례까지도 네 살박이던 내 막내아우 내외가 모시고 살다가 임종까지 지켜봤으며 장례까지 모셨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생도 계수씨도 불평 한마디 없었기에 우리 사 남매들이 지금까지 우애가 끈끈한 것이다.

맏이인 나로서는 내 아우와 계수씨에게 늘 빚을 지고 사는 처지가 되었으며 평생을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엄마가 막내 동생을 낳지 않으셨다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나 홀로 살아왔을까? 그 막내동생 내외가 있었기에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동생이 맡아서 해왔던 것이다.

그런 계수씨가 오늘 고희(古稀)를 맞이한 것이다.

자녀들이 모두 모였다. 나는 내 아내가 치매 환자인데다가 4개월 전에 뇌수술을 두 차례나 받는 바람에 이 자리에 참석을 못하고 나 혼자만 참석하였다.

막내아우는 2남 1녀를 두었다.

감사한 일이다. 다른 가정들은 형제들 가운데 먼저 떠난 형제도 있거나 이혼하여 갈라진 경우도 있고, 아니면 자손들이 부모보다 먼저 떠난 슬픔을 안고 사는 가정도 있으나, 우리 남매들은 이혼한 가정도 없고, 부부가운데 먼저 떠난 가정도 없으며, 역시 자녀들도 그런 일 없이 아프지 않고, 탈선하지도 않고 제 본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이 모두가 막내 계수씨의 착한 심성 때문이요,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온 정성울 다 해 모신 막내 동생의 효성 때문이고, 그를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우리 남매들 사랑 때문인 것이다.

끝으로 우리 가족들이 축복받고 살아가는 가족이 되기 위해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서 지혁이와 지연이, 하은이와 하영이, 성준이와 성민이, 태훈이와 태우, 보미와 태준이, 예린이와 현수, 가온이에게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의 너희들이 살아갈 시대는 4차 산업시대다. 그동안은 두뇌가 좋고 공부만 잘하면 취직이 잘되고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는 두뇌 써서 하는 일은 알파고가 대신 해주게 돼 있다. 그러니 공부 잘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나 공부를 잘하게 하려고 학원에 보내는 일은 시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일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알파고가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쟁이라고 모두들 비난 할 때, 양치기 소년의 좋은 점을 찾아내 칭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 또한 100-1은 99라고 모두들 대답할 때, 99가 아니라는 논거를 댈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 이는 알파고가 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가져야 할 생각들인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다. 그저 집안에서 자녀들이 자라면서 터득하게 되는 진리인 것이다. 주판이 없어지고 전자계산기가 없어지는 현실이 바로 이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 보자.

앞으로는 100세 시대라 한다. 아니, 120살 시대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자녀 한 명만을 두었다면 이들이 친가나 처가에서 부모님이 아프거나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치러야할 정신적 힘듦을 무엇으로 이겨낼 것인가? 막내 딸 은화는 세 자녀를 두었기에 미래를 볼 줄 아는 선견지명이 있는 것이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받으며 자란 우리 사 남매들.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하며, 서로 보듬어 가며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비결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고난을 비켜 갈수 있는 지혜를 인간들에게 주시지 않으시고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신 것을 명심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피해가려 하지 말고 감당하면서 이겨내는 우리 집안이 되도록 하자.

계수씨 고희에 모인 가족, 사진 뒷쪽 왼쪽에서 두,세번째가 막내부부
계수씨 고희에 모인 가족, 사진 뒷쪽 왼쪽에서 두,세번째가 막내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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