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보문 미술대전을 관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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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보문 미술대전을 관람하고
  • 김용복 예술평론가
  • 승인 2021.08.14 1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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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논설실장, 예술 평론가
김용복 예술 평론가

보문 미술대전.

보문 미술대전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양화, 공예, 조소, 한국화, 서양화, 서예, 조각, 판화 등의 솜씨를 자랑하는 미술가들의 솜씨를 자랑하는 미술 전시회로 올해로 23회째 전시회를 갖는 대전의 자랑스러운 단체이다.

그동안 보문 미술 대전에서 배출된 작가들만도 수백 명에 이른다 하니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 긍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총 735점의 신인 작품이 출품되어서 각축을 벌였고, 각 부문별 대상 6점을 비롯하여 우수상 10점과 특별상 10점, 특선 127점, 입선작 253점 등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초대작가상에는 수채화의 전은경 작가(여)가 선정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현숙희 화백의 ‘유유자적’이라는 작품과, 전영경 화백의 ‘세월’이라는 작품이다.

현숙희 화백의 '유유자적'
현숙희 화백의 '유유자적'

현숙희 화백은 ‘유유자적’이라는 제목에 ‘자연속으로’라는 부제를 달았다.

작가의 변을 들어보자.

"장자의 유유자적..현대인들에게 꿈도 못 꾸는 이야기이다. 세상교육이 항상 무언가 채우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일상의 분주함이 우리들의 본 모습을 상실해가고 있을 때  잠깐 동안 일상의 일탈이 필요한 것이다. 운동이나 여행ㆍ휴식이라는 비움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채움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건강한 삶을 원하는 것은 모두의 바램이 아닐까 한다. 본 작품은 소매물도의 섬 풍경으로 스케치 여행 중에 가슴에 담아 느끼면서 작업을 구상하고 또 다른 현대인의 모습들을 기획하게 되었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나 속세에 시달렸으면 바다 한가운데 외로운 바위섬을 그려 현실도피를 하려 했겠는가? 현 화백은 바위섬 위에 녹색의 잔디를 깔고 그 위에 그림같은 양옥집을 지어 놓았다.

유명 가수 남진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지만/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산다면”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남진의 노랫말에는 ‘사랑하는 우리 님과 봄이면 씨앗 뿌리고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숙희 화폭에는 그림같은 집만 있지 씨앗 뿌릴 땅 한평도 없고 사랑하는 님도 없는 것이다.

묻자, 현숙희 화백에게.

자연 속으로 가서 유유자적하는 삶을 영위하려면 씨앗을 뿌려야 할 땅도 있어야 하고, 외로움도 달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사랑하는 님도 있어야 하는 법. 그것마저도 귀찮다면 차라리 도회지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도록 하기 바란다.

전영경 화백의 ‘세월’

다음으로 시선이 머문 곳이 전영경 화백의 ‘세월’.

화폭에 소나무 몇 그루를 그렸다. 소나무를 그리되 늙은 소나무를 그렸다. 흘러간 세월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소나무는 일 년 열두 달 푸르름으로 인해 군자의 덕과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다.

더구나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로부터 늘 푸르면서도 오래 살기 때문에 십장생( 十長生)중에 하나로 꼽았으며, 중국 고대 주(周)나라에서는 무덤에 나무를 심어 신분을 표시했고 그중 소나무는 황제의 무덤에 심었으며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도 왕릉에는 꼭 소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소나무는 성인군자의 심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스스로 믿어 두려워하지 않으며 신목(神木)으로서의 소나무는 신성수(神聖樹)이므로 함부로 손을 대거나 부정한 행위를 하면 재앙을 입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영경 화백은 ‘세월’이라는 제하(題下)에 검버섯 돋은 소나무를 그렸을 것이다.

무수한 세월이 흐르고, 몸에는 검버섯이 돋았지만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

보라 화폭에 담긴 그의 소나무 그림을.

그러나 전영경 화백이여!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희망을 잃지 말기 바란다. 아내를 사랑하되 하나님 보시기에 좋을 만큼 철저히 사랑하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그까짓 세월 흐름이야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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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바라기 2021-08-18 00:05:23
소나무 그림을 좋아하는 저에게 반가운 작품이 소개되었네요.
평소에 보던 소나무 그림과는 무언가 다른 의미가 느껴지네요
계속해서 생각하게하는 작품... 묘한 매력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