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偏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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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偏見) 
  • 민순혜 수필가
  • 승인 2022.02.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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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 종교도 다양하다. 미국 서부 여행 중 애리조나주에 있는 호스슈 벤드와 앤털로프캐니언을 관광하고 그랜드캐니언으로 이동하는 중에 캐머런(Cameron) 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였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미국인 노부부 중 부인이 내게 그 부근에 사느냐고 말을 건넸다. 그 부근은 광활한 들판뿐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어디에서 왔느냐고 다시 물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서부 4대 협곡 중 그날은 호스슈 벤드와 앤털로프캐니언을 관광하고 그랜드캐니언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그녀는 반색하며 자신들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고, 우리와 반대로 그랜드캐니언을 관광하고 앤털로프캐니언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와 나는 금세 친숙해져서 각자 스마트폰에 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해 감탄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한 곳을 눈으로 가리켰다. 한 젊은 여성이 초록빛의 단복인 듯한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는 데 전날 유타주를 지나오면서 자주 눈에 띄던 모르몬교도 같았다. 하지만 그분은 그 모습을 처음 보는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기요, 저 사람 모르몬교도 같아요."

그 여성이 지나가고 나서도 그녀는 사뭇 신기한 듯 그쪽을 바라보며 모르몬교에 대해 계속 말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미국 동부에 살고 있어서 모르몬교도에 대해 말로만 들어본 것 같았다, 문득 사람은 어느 인종이나 민족이든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을 지니는 성향은 다 같다는 것을 실감했다.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모르몬교)는 1830년에 미국의 스미스(Smith, J)가 창시한 개신교의 유파로 성경전서와 모르몬경을 경전으로 삼는다고 한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에 본부가 있으며 초기에는 일부다처를 인정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다처제를 용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인지 우리나라의 경우 거리에서 전도를 하는 모르몬교도에게 종종 시비를 걸듯, 따지듯이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는 특히 다양한 종교 유형을 보게 되었는데 문득 종교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곤 했다. 종교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나의 경우는 어느 종교든 사회 통념상 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친한 친구가 여호와의 증인이 되어서 나를 전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의 마음을 모른 채, 그 친구의 초대를 받고 그 집을 방문하고서야 그녀가 여호와의 증인에 깊이 심취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증인이 되기까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을 알기에 묵묵히 앉아 있는데 친구는 그런 내 모습을 긍정의 뜻으로 감지했는지 대뜸 그곳에서 발행하는 소책자를 꺼내 내 앞에 내놓았다. 나는 그 책을 보는 둥 마는 둥 들춰보다가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야, 외아들은 군대에 안 보내겠네?" 그 당시는 종교 때문에 입대를 거부해도 아주 혹독한 벌을 받던 때였다. 나는 정의를 내리듯 말했다. 20대 초반 한창 공부할 때 그 누구인들 군대에 가고 싶겠냐고 말하며 우리나라는 국방의무를 준수해야 하니까 감수하고 가는 것 아니냐며, 그게 싫다면 무인도에 가서 살든 아무튼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친구의 가슴에 못을 박듯이 쏘아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때는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후회되기도 한다. 그 후 친구와는 연락이 끊겼다. 하기는 그 당시는 미국 동부에서 체험한 아미시(Amish)에 대한 기억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 폴리스에 사는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였다. 하루는 친구가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면서 무턱대고 차를 몰았다. 어딘가 한참 가다가 속도를 낮추며 도로를 기웃대다가 여기쯤이면 보일 건데, 라고 혼잣말을 중얼대더니 갑자기 차를 멈췄다. 저 멀리 까만 옷을 입은 일행 서너 명이 까만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미시(Amish)였다.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와 주변 주에 주로 거주하는 독일 이민자들의 후손인 아미시( Amish)들은 소박한 옷을 입고 현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고 수 세대 동안 단순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사교와 그 신도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종교적 편견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여러 종교가 참여하는 회합과 협력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 생활을 고수할 뿐 목소리를 높이거나 다른 종교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사회 통념상 문제가 없는 것은 어느 종교이든 상관하고 싶지 않다. 이번 미국 서부 여행 때 처음 숙박했던 곳은 LA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무슬림 교도를 보았다. 나는 피로도 풀 겸 늦은 시간이었지만 호텔 내 수영장에 가려고 무심코 복도에 나섰다가 저편에서 까만 복장에 눈만 빼꼼히 내놓고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서 방으로 되돌아갔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나와서 조심스럽게 수영장으로 갔는데 그곳에 좀 전에 본 무슬림이 역시 까만 복장의 일행들과 함께 수영장 내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당황해서 성별도 구별이 안 되었다. 나는 들어가려다가 멈칫하고 다시 되돌아 방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데 그들도 어제와 같은 복장으로 나와서 함께 모여 다녔지만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았다. 우리는 셋만 모여 있어도 웃음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데 반해 그들은 5~6명이 모여 있어도 조용했다. 뷔페식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도 오가는 모습만 보일 뿐 별달리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식사를 먹여주는 모습은 우리네 엄마와 똑같았다. 극히 일부이지만 극단적인 IS(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L) 때문에 두렵기만 했던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21세기는 흔히 세계화의 시대, 다원주의의 시대라고 한다. 종교의 다원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많은 인종과 민족이 동일한 종교와 관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타인의 삶과 타인의 종교를 받아들이고 인정해 줄 때 우리의 사회가 더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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