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나비
이정숙 시인
봄비가 가지런히 내리는
이른 아침
따뜻한 차 한 잔의
으시시한 마음이 열리네
기울인 찻잔에 스며든 나비
입술을 대면
아른거리는 날갯짓
한 모금 물 때마다
솟을까 말까 팔딱거리네
뿌연 유리창에 마주한 홍매화
이슬처럼 눈물 고이고
어쩌다 부는 바람에
온몸으로 나부끼네
싸늘한 찻잔 속
날개 접힌 한 나비
어둠에 젖은 채
날아갈 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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