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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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인가?
  • 김용복 수필가
  • 승인 2022.02.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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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수필가

내 나이 82세, 내 자식들은 물론, 내 친 형제자매, 이종사촌, 고종사촌, 외사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웃의 아들딸, 여동생들과 아우들을 잃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써서 밝힙니다.

저에게는 수원에 사는 큰 여동생이 있습니다. 함께 살던 막내가 나를 떠나자 저는 도저히 혼자 살 수 없어 수원에 살고 있는 제 큰 여동생 내외를 불러 4개월이나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매제는 저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입니다. 친구이지요.

2022년, 2월 2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원고료 10만 원을 주기에 받아서 제 여동생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월 26일 제 중학교 후배가 출판 기념회를 한다고 초청이 와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주머니를 뒤져보니 어제 받았던 원고료 10만 원 든 봉투가 없어졌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주머니마다 뒤져봐도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집에 오는 동안도 생각이 전혀 나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집에 오니 매제가 자랑을 하더라구요.

“오늘 점심에 복지리를 먹었는데 값도 싸고 맛이 있어 처남도 한번 가서 먹자고”합디다.

그런데 옆에 있던 여동생이 "점심값은 어제 오빠가 준 돈으로 제가 냈어요“ 하지 뭡니까.

그때서야 잃어버린 10만 원을 여동생에게 준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전화도 없던 학부모 되는 엄마가 전화를 하더군요. 내가 중도일보에 발표한 글 "행복을 알려주고 떠나간 내 아내 오성자"를 읽고 측은했던지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수통골에 있는 ‘감나무집식당’으로 갔지요. 식사 1인분에 22,000원 하기에 너무 비싸서 44,000 원을 제가 슬그머니 지불했어요.

식사 도중 저를 어찌 알게 됐느냐고 물었지 뭡니까? 그랬더니 그 엄마께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진실로 몰라서 그러는 줄 알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어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판소리로 유명한 그 딸을 제가 많이 아끼고 사랑해서 언론에, 월간지에 많이 자랑했던 제자인데도 저를 어찌 알게 됐느냐고 물었으니 그 엄마는 얼마나 어리둥절하였겠습니까? 유진아, 네 엄마 이야기다. 알았니?

제가 아끼는 여러 아들딸들, 그리고 남녀 동생분들과 제자들, 또한 제가 사랑하는 정치인 여러분들. 제가 혹시 섭섭하게 엉뚱한 언행을 하게 돼도 이해해 주시고 전처럼 대해 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글을 쓸 때만은 제정신을 가지고 쓰니 염려 놓으십시오.

40년지기 종순아, 너는 나를 많이 이해해 주어 고맙다. 월정도 자신도 그러할 때가 많다고 위로해 주어 고맙고, 솔향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어 고마운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이렇게 서러울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경부선 심천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2월 말. 간이역인 심천역을 자랑삼아 붕어빵을 소개하는 구구농산물 대표 우리 명옥이, 그리고 내 아내 오성자가 아플 때 남편과 병문안 왔던 서울 사는 태민이,

태민아, 종순아, 명옥아, 그리고 전화도 없는 은희야. 내가 너희를 잊는다 해도 너희들은 나를 잊지 않겠지?

사람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것, 그게 세월이란다.

그만 쓰자. 자꾸 눈물이 나온다.

간이역인 심천역
간이역인 심천역
간이역을 통과하는 열차
간이역을 통과하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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