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 문득 겉표지에 띠처럼 두른 기다란 종이의 쓰임새가 궁금해졌다.
왜, 너절너절하게 붙어서 나올까?
선물 상자의 리본 같은 데코레이션 기능인가?
떼어버리면 어쩐지 허전하면서 값어치 떨어져 보이고, 그렇다고 읽을 때만 떼어 놓자니 휩쓸려서 버려질 것 같고.
책을 읽는데 붕 떠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영 마땅찮아 테이프를 붙였는데 그래도 여전히 덜렁덜렁.
아무튼 거추장스러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한참을 읽다 적당한 용도의 책갈피를 급하게 찾게 되는데...
"맞아! 이 너절한 띠를 책 사이에 끼우면 되겠구나!"
원래의 쓰임새가 그 용도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끼웠다. 작은 불편함을 해소한 용도의 재발견에 흐뭇해하면서.
이게 뭐라고.....
불편한 존재가 쓸만한 존재로 둔갑하는 건 사고의 전환 시점이었던 것인가? 그러나 마음과 사고의 교착 지점은 늘 일치하지 않는다.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을 고민하며 노력하기보단 불평과 불만으로 용도 폐기 처분하는 쉬운 선택을 습관처럼 반복했으니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채우고 또 채우며 부단히 열심히들 산다.
가진 것에 소중함을 모른 채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그랬다!
마음과 사고의 교착 지점은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본연의 진정한 가치를 잊고서 제멋대로 해석한 결과값!
그 값어치에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면서 자책과 분노로 극강의 무기력 상태까지 내몰았던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쓸모없던 '나'.......그 겉표지의 띠였던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멋스럽게 가치를 뽐내며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겉표지의 띠인 것을!
미안하고, 그래서 더 민망한...
제 값어치 하는 소중한 띠에게....
'간절함'으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채워주고 싶어졌다.
그 하루가 모여서 더 가치 있는 '나' 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