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지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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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의 띠
  • 김미영 수필가
  • 승인 2022.03.0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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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수필가
김미영 수필가

책을 보다 문득 겉표지에 띠처럼 두른 기다란 종이의 쓰임새가 궁금해졌다.

왜, 너절너절하게 붙어서 나올까?

선물 상자의 리본 같은 데코레이션 기능인가?

떼어버리면 어쩐지 허전하면서 값어치 떨어져 보이고, 그렇다고 읽을 때만 떼어 놓자니 휩쓸려서 버려질 것 같고.

책을 읽는데 붕 떠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영 마땅찮아 테이프를 붙였는데 그래도 여전히 덜렁덜렁.

아무튼 거추장스러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한참을 읽다 적당한 용도의 책갈피를 급하게 찾게 되는데...

"맞아! 이 너절한 띠를 책 사이에 끼우면 되겠구나!"

원래의 쓰임새가 그 용도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끼웠다. 작은 불편함을 해소한 용도의 재발견에 흐뭇해하면서.

이게 뭐라고.....

불편한 존재가 쓸만한 존재로 둔갑하는 건 사고의 전환 시점이었던 것인가? 그러나 마음과 사고의 교착 지점은 늘 일치하지 않는다.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을 고민하며 노력하기보단 불평과 불만으로 용도 폐기 처분하는 쉬운 선택을 습관처럼 반복했으니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채우고 또 채우며 부단히 열심히들 산다.

가진 것에 소중함을 모른 채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그랬다!

마음과 사고의 교착 지점은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본연의 진정한 가치를 잊고서 제멋대로 해석한 결과값!

그 값어치에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면서 자책과 분노로 극강의 무기력 상태까지 내몰았던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쓸모없던 '나'.......그 겉표지의 띠였던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멋스럽게 가치를 뽐내며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겉표지의 띠인 것을!

미안하고, 그래서 더 민망한...

제 값어치 하는 소중한 띠에게....

'간절함'으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채워주고 싶어졌다.

그 하루가 모여서 더 가치 있는 '나' 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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