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도 볼품없는 나무 한 그루 되어
오르기 힘든 그곳에서
등고선 그리고 있다
깊은 골짜기
오래 삭힌 간장 빛깔
단내나는 시간이 기다린다
아름다운 시집 한 권 만들고 싶은 몸
더 깊은 골짜기 그리려다
눈비에 젖고
태풍에 깎인 절벽
그 끝에서 몸 휘어져야 살 수 있음을 알았다
서점에서 빼 든 시집 한 권
날 닮은 그림 하나 있었는데
기억 속 오래된 페이지 속에서
겨울의 나이테 한 줄 발견하였다
더욱 선명하던 그 빛깔
울렁거리던 시간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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