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참 좋다. 햇볕은 따사롭고 하늘마저 맑다.
이런 날을 볼 때마다 나는 개인택시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긍심과 만족을 얻는다.
손님을 모시고 간 동학사 길에는 벚꽃이 복스럽게 몽올 져 내일에 기쁨을 준비하고 있는지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마침 나오는 길에 손님이 있어 한밭대 앞에 내려 드리고 그냥 가려니 뭔지 모르게 아쉽다.
이 맑고 좋은 날씨가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콜을 끄고 커피점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킨다.
그늘진 야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신다.
쌉싸름하면서도 혀에 닿는 감촉과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너무 좋다
"여유를 부리고 있는, 아니, 객기를 부리는 것은 아니야.
나를 위해서 작은 시간을 쓸 뿐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나를 위로하며 합리화시킨다.
공기가 참 좋다!
혼자 걸어가는 여인의 구두 소리도 좋고
가끔 새가 나무에 앉아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좋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두 손을 깍지 끼고 뒤로 눕는다.
하늘을 바라본다.
짙은 파란색이 아니고 희끄무레한 색이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의 옥상 끝과 하늘에 눈으로 선을 긋고 지울 때
하나의 점이 가로지르듯 난다.
작은 새다.
이 따사로운 빛을 뒤로하고 어디를 바삐 갈까?
좀 쉬었다 가지
- 오후 2시 수통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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