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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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이야기
  • 김옥순 시인
  • 승인 2022.04.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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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시인
김옥순 시인

침대 7개가 모두 할머니들
다리를 다쳐서 통깊스를 하신 할머니
못 움직이니 힘들어하신다
보호자가 없다
밥 먹을 때만 되면 나타난다
아침 밥 시간이다
내뱉는 첫마디
'엄마는 내 말을 안 들어서 요래 됐으니 아파도 싸 '
내 피가 확 끓어오른다
'뭣이라..'
힐끔 쳐다보니
꼴이 테니스 치고 달려온 모양새다
짧은 합팬츠에 허연 맨다리고 반팔이다
그 소리를 들은 엄마는 난처하고 챙피하신지
'무슨 말을 그렇게허냐
누가 들을까 부끄러우니 조용히 해라 '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 다 뱉는다
정말 얄미워서 멀미가 날
지경이다
남의 집 일에 왜 내가 열을 받는지... 

의사가 퇴원해도 좋다고 하니 어머니는 좋아서 퇴원 소식을 냉큼 알린다 그 딸에게
왈~
'엄마 여기 더 있어라
반찬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우리집 보다 더 많다
난 이렇게 못해 줘
여기 친구들도 많고 집에 가면 혼자잖아
여기 더 있어'



아무 소리 없던 엄마  왈~
나즈막한 소리로
" 아주 고려장을 시켜라"

난..
밥 숟가락을 더 입에다 넣기가 싫어져서 숟가락을 내려놨다
오지랖 발동을 자제했다
'더 있자 엄마'
그러고는 휙 사라졌다
할머니는 다른 자식을 불러 퇴원하신다
듣자하니 그 딸이 결국 왜 퇴원을 시키냐며 노발대발하더라는 언니의 말을 듣는다

휴~
제정신일까 .. 
참 메말랐다.. 하는 생각에
어르신이 짠하고도
그 자식에게 화가 난다
이렇게 나누면 진정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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