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세월이
멈춰 선 곳
빛바랜 나이테가
묻어있는 옷가지들,
한평생 삶이
비좁은 사물함에
웅크리고 있다
은사시나무 한 그루
가슴에 심고 휘청이던 길
오동잎 지듯
시간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며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종착역,
초사흘 달이 창문에 걸터 앉아
안부를 묻는 밤
하루의 침묵이 허물어지는
묵시적 물음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하늘로 가는 소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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