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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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공화국
  • 이종근 시인
  • 승인 2022.08.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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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시인
이종근 시인

집에서 밥하고 국 데치면 더워서 외식을 권하고

나들이에서 외식하고 귀가할 때는 땡볕 아래 오르막길을 벅차게 걸어 힘들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집에서 에어컨 틀고 대자로 드러누워도 전기 누진세 걱정하고

에어컨 바람 빵빵한 은행 창구에 앉아도 통장 잔액이 없어서 눈치 보이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해수욕장을 찾아가도 파라솔은 돈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계곡을 기웃거려도 평상 값은 치러야 하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형광등과 태양과 밤의 가로등이 무척 덥고

휴가철 여행지의 바가지에 박박 긁히고 비행기 속,

컵라면에 여린 살이 데고 도서관 열람실은 숙박이 힘들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폭염 공화국의 폭염이면 다 같은 폭염인데

주의보는 뭣이고 경보는 또 뭣이냐

동네 개는 입이 있어도 복날의 개 마냥 말이 없다

개보다도 못한 귀찮은 개 이름은 ‘폭염’이다

입추가 당당히 앞질러도 말복이 뒤에서 후려치는

초반 끗발 개 끗발이고 가을 보름달은 멀고 멀다

폭염 공화국의 권력은

어느덧 창가에 스미는 갈바람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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