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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온 수필가
  • 승인 2022.10.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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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 수필가
정온 수필가

댓글은 힘도 되고 때론 무서운 칼도 될 때가 있습니다.

나는 2년 전 견디기 힘든 상처를 입고 지금까지 그 아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아픔을 '문학사랑 카페'에 글을 올리면 가끔은 아주 짧게, 그러나 고마움에 감동이 되는 댓글을 달아주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바로 '골뱅이'라는 필명을 가진 분입니다.

어느 날 제 글에 "참 견디기 힘든 일이 있었는 것 같아요"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답글을 썼지요.
'용캐 잘 견뎌왔고 용감히 잘 싸웠습니다.
요즈음 공무원들 참 엉터리가 많지요. 주는 월급만 해도 먹고 살 것인데 꼭 부정을 저지르지요.
그것을 보고 항의라도 할라치면 어떻게 빙빙 돌려 거짓말을 잘 하는지 공무원 시험에 거짓말을 출제해서 합격됐나 봅니다.
무어라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하고 휴가 중이라 하다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아요.'

라고 글을 올렸더니  댓글이 또 달렸습니다. 

"너무 그런 쪽으로 귀 기울이지 마세요 당하는 나만 손해이니까요. 사람들이 왜 관심없는 줄 아세요. 그 사람들은 이미 그들을 알고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답글을 달았지요.

'감사합니다.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고맙습니다. 인품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댓글 가슴에 새기고 살겠습니다.'라고. 

코로나로 힘든 시기! 힘든 일로 상처받은 제게 골뱅이님의 댓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내 몸에 성게가 살고 있는 것처럼 통증이 나를 마구 찌를 때마다 저분의 댓글을 하루에도 몇번씩 들여다봅니다.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자랑도 합니다.

버드나무 휘영청 늘어진 창에 비치는 짝사랑하는 오빠의 공부하는 모습 훔쳐보듯 하루에도 여러 번 들여다 봅니다. 급하게 쓰느라 미처 신경쓰지 못한 오타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는 골뱅이님을 알지 못합니다. 행여, 저분을 찾는다면 꼭 고맙다고 따듯한 차라도 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짐작할 수 있는 건 저분은 아주 섬세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며, 삶의 경험에서 쌓인 지혜와 해탈의 소유자일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이 힘도 되고 칼도 되는 시대에 우리 모두 살고 있습니다. 무심코 내가 적은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제 모두 알아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세상의 냉소를 견디기에 난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30군데 넘는 방송국과 수만 개의 댓글이 가족 모두를 죽어라고 저주했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단결한 적은 처음 보았습니다.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빠르게 번집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비극을 더 즐기기 때문입니다. 기사보다 댓글을 먼저 읽는 주객이 전도된 경우도 허다합니다. 저도 골뱅이님처럼 누군가를 치유 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분은 나보다 연장자일까? 아닐까? 저분은 여자일까? 남자일까? 결혼은 했을까? 사는 곳은 어디일까? 술을 좋아할까? 커피를 더 좋아 할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봅니다. 마치 소설 <키다리 아저씨>속 주인공 <주디> 처럼 마음은 벌써 그분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걷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정확히 코로나 확진으로 끌려간 지 꼭 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해결될 가망도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영원히 돌리지 못할 것입니다. 심장은 깨졌고 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을 뚜렷이 떠올립니다. 해마다 지우고 싶은 날이 있다는 건 초대하지 않은 마녀가 손님으로 갑자기 오는 느낌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다 받아냈던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공직자의 첫번째 자격이 친절이라는 것을 저분은 잘 알고 계십니다. 공직자는 모름지기 상대방의 허물을 샅샅이 드러내서 처벌할 게 아니라 적당히 덮어 줄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감염질병법 위반이라는 이상한 법으로 2년 동안 고통받았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게 막았습니다. 늘 갑질하는 민원 상대하느라 독이 오를대로 오른 공직자께서 코로나 확진자를 만난 그 순간은 '을'을 만난 즐거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도 손편지 들고온 지인 P선생님, 그분이 지난달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 삶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한허리 베어 주고 싶었는데. 2년을 싸우고 나서 얻은 건 병밖에 없습니다. 영혼이 아프니까 손이 더 아파집니다. 신경 쇠약에 걸렸습니다. 통증이라는 건 꼭 외적 원인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참 어렵습니다. 날마다 심장 수술을 위해 개복하는 외과 의사처럼 펄떡이는 피투성이 제 심장을 꺼냅니다.

저의 죄와 코로나를 잘 알고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습니다. 법이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기보다는 법을 잘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그 은혜 잊지않겠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며, 법이 사람을 바꿔야 하는 건지 사람이 법을 바꿔야 하는 건지 한번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히 살겠습니다. 나치의 손으로 잠시부터 숨겨주는 유대인처럼 도와주셨더라면 평생을 감사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힘들어합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지인들은  코로나 무증상이었습니다. 다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어쩌면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군상들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공직에 계신분들께서 이 시련의 사막을 잘 건널 수 있게 꼭 길잡이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삶의 여행의 끝부분은 그래도 좋았노라 말할 수 있게 좋은 인연들이 참 많았음 좋겠습니다.
골뱅이 <장희한>선생님 감사합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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