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而無諂 富而無驕와 切磋琢磨(빈이무첨 부이무교와 절차탁마)
상태바
貧而無諂 富而無驕와 切磋琢磨(빈이무첨 부이무교와 절차탁마)
  •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0.31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인문학 교수

9편: 貧而無諂 富而無驕와 切磋琢磨(빈이무첨 부이무교와 절차탁마)

 

사람이 일생을 통해 한 번 꼭 접해야 할 책을 권한다면 아마 논어(論語)가 상위권을 차지할 것임을 필자는 의심치 않는다.

요즈음 시대를 사람들은 인륜(人倫)과 도덕(道德)이 사라진 시대, 황금만능 시대, 과학의 시대, 경쟁의 혼란 시대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두가 한탕주의와 자기 우월주의에 인문교양이 사멸되어가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학(科學)은 인간의 삶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도구에 불과해야지, 인간의 창조적 능력과 인성(人性)을 넘어서는 단계는 도리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메마른 환경 속에서 한줄기 시원한 성인(聖人)의 말씀을 특견(特見)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논어의 첫 편인 학이(學而)편에서 공자의 가르침에 주목해 본다.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례자야.)

자공이 말하였다. “가난하되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하셨다. 

이 가르침을 받고 제자 답하기를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자공왈 시운 여절여차, 여탁여마 기사지위여? 자왈 사야, 시가여언시이의! 고저왕이지래자.)

자공이 말하였다. “시경(詩經)에 ‘끊어 내듯 하며, 가다듬듯이 하며, 쪼아 놓은 듯하며, 갈듯이 한다.'(切磋琢磨/절차탁마) 하였으니, 이것을 말함일 것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자공)는 비로소 더불어 시(詩)를 말할 만하구나! 지나간 것을 말해 주자 올 것을 아는구나.”

인간의 수양(修養)에는 끝이 없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해서 가난하되 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禮)를 아는 경지로 나아가라는 말이다.

노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을 하고 자랑하지 말고 공을 세우고 그곳에 머물지 마라'(爲而不恃, 功成而不居)고 훈계(訓戒)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인륜과 도덕에 최고의 가치를 둔 동양의 철인(哲人)들은 부유함이나 권세는 삶의 가치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절차탁마(切磋琢磨)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뼈(骨)를 칼로 자르는 것을 절(切)이라 하고, 상아(象牙)를 줄로 쓸어 다듬는 것을 차(磋)라 하며, 옥(玉)을 끌로 쪼아 다듬는 것을 탁(琢)이라 하고, 돌(石)을 숫돌에 갈아 다듬는 것을 마(磨)라고 한다. 사람의 학문에도 성취가 있으려면 뼈나 상아나 옥이나 돌을 다듬어서 보배로운 기물로 완성시키는 과정과 같이 절차탁마를 해야 완성 된다.(骨曰切, 象曰磋, 玉曰琢, 石曰磨. 切磋琢磨, 乃成寶器. 人之學問知能成就, 猶骨象玉切磋琢磨也.)

이로써 절차탁마는 귀한 기물(器物)을 만드는 필수적인 과정이며, 인내로 일관(一貫)하여 완성을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치치 않으면 보석이 만들어지지 않듯이, 사람도 ‘절차탁마’를 해야 실력을 갖출 수 있고, 도리(道理)를 알아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옛 문헌인 예기(禮記)에도 유사한 구절을 볼 수 있다. ‘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옥불탁불성기, 인불학부지도) 옥은 쪼아 다듬지(갈고닦지) 않으면 그릇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인간의 도의(道義)를 알지 못한다.  

이는 有粟不食 無益於饑(유속불식 무익어기) 곡식이 있어도 먹지 않으면 굶주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와 같다.

경쟁과 투쟁에 익숙하고 멍든 우리 사회가 인내와 가치마저 외면하는 오만함의 잘못된 관행들로 인하여, 비록 사회는 물질적으로 부유(富裕)하고, 과학의 힘으로 생활이 편리할 수는 있으나 인간은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인 만큼 도리(道理)를 아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진정한 행복과 보람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내를 바탕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배움과 자신을 성숙시키는 절차탁마의 수양(修養)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공자가 생각하던 가난하면서도 즐겁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貧而樂 富而好禮者也) 높은 경지의 삶을 사는 길이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