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亦有惡(군자역유오, 군자가 미워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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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亦有惡(군자역유오, 군자가 미워하는 것)
  •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1.2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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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인문학 교수

10편: 君子亦有惡(군자역유오, 군자가 미워하는 것)

 

군자는 학식(學識)과 인격(人格)을 갖추어 남에게 모범이 되며, 사회 일원의 지도자(指導者)역할을 할 수 있는 무리 중의 엘리트(elite/어떤 사회에서 우수한 능력이 있거나 높은 지위에 올라 지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요원을 지칭한다.

‘惡’은 악할 악으로 쓰이는데, 그 외에 미워할 오, 싫어할 오, 어찌 오, 등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여기에서는 미워하다는 뜻으로 ‘오’로 발음된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스승에게 물었다. “군자도 또한 미워함이 있습니까?”

공자 말씀하시기를 “미워함이 있으니, 남의 흠(단점)을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고, 용맹하나 예(禮)가 없는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되 꽉 막힌 자(융통성 없는 자)를 미워한다.(子貢曰 君子亦有惡乎, 子曰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자공왈 군자역유오호, 자왈유오, 오칭인지악자, 오거하류이선상자, 오용이무례자, 오과감이질자”라고 대답하고, “제자에게 너도 미워함이 있느냐?”물으니 제자인 자공이 답하기를

“남몰래 엿보는 것을 지혜(智慧)로 아는 자를 미워하고, 겸손(謙遜)하지 않는 것을 용맹(勇猛)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일을 들추어내는 것을 정직(正直)으로 알고 있는 자를 미워합니다.(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 오요이위지자, 오불손이위용자, 오알이위직)

위는 ‘논어(論語)양화(陽貨)’편에 스승인 공자와 제자 간의 대화 내용 중 일부이다.

군자(君子)가 미워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을 역행함에 대한 미움으로 공정(公正)한 태도로 공공(公共)을 해치는 행위를 미워하는 것이고, 소인(小人)이 미워하는 것은 교활(狡猾)한 마음을 기본으로 개인의 사적인 감정에 따라 남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미워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군자가 미워하는 정의(正義)를 거스르는 행위에 대한 미움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성격과 마음가짐에 따라 자기 기준으로 남을 미워하는 소인(小人)의 미움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인간의 본성(本性)은 착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살아가면서 지나친 욕망(慾望)과 욕심(慾心)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맹자(孟子)의 주장으로는 사람의 마음은 근본적으로 선(善)하지만 그 속에는 네 가지의 기본적(四端)인 본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곧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의 마음이다.

이 사단(四端) 중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위의 미워하는 마음과 연관이 되는데 이 수오지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기본적인 마음을 말한다.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곧 자기가 선(善)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고, 미워하는 마음은 남의 불선(不善)함을 미워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이 미워하는 것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과 윤리를 역행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불선(不善)함을 미워하는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天道無親(천도무친)이라 했다. 곧 하늘은 착한 사람 편에 선다.(道德經)

이에 노자는 어떤 사람의 불행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어, 선하게 살면 좋은 일이 일어날 뿐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누구에게나 복을 빈다고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긴다는 매우 간단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통찰력 있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의 도(道)는 편해(遍害)함이 없어서, 그저 착한 사람 편에 설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괴테는 자기의 인생의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특히 남을 미워하지 말 것’이라고 반성했다.

곧 ‘증오(憎惡)는 인간을 비열하게 만들고 우리의 인격을 타락(墮落)시킨다. 될수록 넓은 아량(雅量)을 갖고 남을 포용(包容)하라.’라고 남에게 관대해야 함을 권장하고 있다.

악(惡)한 일을 행한 다음 남이 아는 것을 두려워함은 아직 그 악(惡)함 가운데 선(善)을 향하는 길이 있음이요, 선(善)을 행하고 나서 남이 빨리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 선(善)에 악(惡)의 뿌리가 있다는 증거이다.(爲惡而畏人知 惡中猶有善路 爲善而急人知 善處則是惡根/ 채근담 수성편 38)

남을 미워하면 그 미움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니 미움이 계속 악순환으로 이어져 서로 화합되고 사랑하는 마음마저 없어져 가정이나 사회 혹 나라의 모든 일이 순조롭지 못하다.

특히 위정자(爲政者)들의 마음속에 있는 소인(小人)적인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어 분열되고 차가워진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바꾸어보자는 마음에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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