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손에 들려진 학우선 부채
상태바
제갈량의 손에 들려진 학우선 부채
  • 김용복/극작가
  • 승인 2023.01.07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복/극작가
김용복/극작가

현대인들의 손에는 누구에게나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손에 이 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에서 상당 부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이 마비되는 듯한 답답함을 동반한다.

독일 뇌 과학계의 일인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스마트폰은 어떻게 우리의 뇌를 망가뜨리는가'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리고 현대인들을 가리켜 ‘스마트폰에 삶과 생각이 잠식당한 똑똑한 바보들’이라고 했다.

필자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 꽤 오래되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에게는 언제나 학의 깃털로 만든 ‘학우선’이라는 부채가 들려 있었다.

아내가 큰일을 도모하려면 안색에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며 만들어준 부채다.
제갈공명의 아내에 대하여 알고 넘어가자

제갈량에게는 못생긴 아내가 있었다. 제갈량이 신부감을 찾고 있을 때, 황승언은 "나에게 추한 딸이 있다. 노란 머리에 피부색은 검으나 재능은 당신과 배필이 될 만하다."라고 권하였다.

이에 제갈량이 승낙하자 황승언은 딸을 마차에 태워 데려다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웃음거리로 삼았고, "공명의 아내 고르는 일은 흉내내지 마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제갈공명이 결혼을 하고 첫날밤 신방에 들어갔는데, 황 씨 부인이 너무 못생겨서 차마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신부 황 씨가 제갈공명의 옷깃을 잡아끄는 바람에 옷이 뜯어져 버렸다. 황 씨 부인은 제갈공명의 옷을 받아 기워 주겠다고 했고, 그런데 바느질을 한답시고 돗바늘로 듬성듬성 꿰매는 것이었다.

제갈공명은 그런 부인의 모습을 보고 더 미운 마음이 들어 바느질 한 옷을 받자마자 신방을 나가 버렸다. 그런데 그 집을 벗어나려고 아무리 헤매도 계속 집 마당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 마당에 나온 장인 때문에 다시 신방으로 들어갔는데, 날이 밝아 다시 옷을 보았더니 듬성듬성 기운 줄 알았던 옷이 틀로 박아 놓은 것처럼 고왔다.

제갈량의 부인은 알고 보니 바느질에만 솜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없었다. 제갈공명은 그런 부인의 도움으로 더더욱 걸출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제갈량의 아내 황 씨는 재능이 뛰어나고 됨됨이가 훌륭해 남편이 승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받침이 될 수 있었다.

제갈량이 융중에 살 때, 손님의 방문이 있어 아내 황 씨에게 국수 준비를 부탁하니 바로 국수가 나왔다. 제갈량이 그 속도를 괴이 여겨 후에 몰래 식당을 엿보았더니, 몇 개의 나무 인형들이 나는 듯이 맷돌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아내에게 이 재주들을 전수받아 제조방법을 이용하여 식량 운송용인 목우유마를 만들기도 했다.
황 씨가 제갈량에게 말했다.

"친정 아버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유비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당신의 표정이 환했지요. 하지만, 조조에 대해 말할 때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군요. 손권을 언급할 땐 고뇌에 잠긴듯 보였고요. 큰일을 도모하려면 안색에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해야 해요. 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세요."

제갈량은 집을 떠나있는 동안 늘 학우선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학우선으로 부채질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아내 황 씨가 말한 "얼굴을 가리라."라는 말은 "화날 때 침착하라!" 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녀는 마음이 고요해야 태연함과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주먹을 휘둘러 법정에 서는 일도 있을 것이며, 또는 그런 성질 때문에 좋던 이웃과의 관계가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는 몇 푼 안 되는 먹이를 먹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을 동원해 상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런 이웃들에게 제갈량의 학우선을 빌려드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참으면 만사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