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금지 팻말 위에 한 달째
거꾸로 처박힌 밍크 목도리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날이 갈수록 궁금하다
한 올 한 올 보드랍고 쭈빗거리는 털에
포근하고 따스한 감정을 실어낸
가죽만 매서운 바람 맞싸운다
오버툰 다리를 담벼락 넘듯 넘다가
다리 밑으로 추락한 강아지들
컹컹 자살한 숫자가 즐비한 비밀들
사인은 코끝을 간질이는
‘밍크의 변 냄새에 취하여’로 밝혔다
개들도 사람도 밍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해
밍크 한 벌 쯤 예단으로 받고 싶었지
사람들의 손아귀에 덥석 낚아챈
수많은 동물을 착취해 생산된 가죽옷들
수많은 밍크 떼거리로 뛰쳐나와
팔 다리 짓눌린 거리를 떠다닌다
높바람 어둠의 창에 부딪혀 갈 때쯤
주인을 기다리는 밍크 목도리
뜨거운 숨 토하며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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