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도약을 위한 제언(提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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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도약을 위한 제언(提言)
  •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1.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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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인문학 교수

제14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시 힘찬 도약을 위한 제언(提言)

 

번쩍하고 시간이 지나간다. 새해가 지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야말로 세월이 번개와 같다.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좀 야속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흔히 쓰는 말로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깝고,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깝다는 희망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2019년 11월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2020년 1월부터 아시아권에 퍼지기 시작하였고, 이 전염병은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물론 일상(日常)과 문화(文化)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變化)를 가져왔다.

이제 3년을 훌쩍 넘긴 지금에야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사람들은 서서히 ‘코로나19’이전 일상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극한 상황에 봉착(逢着)할 때가 한두 번씩은 꼭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만나면 절망하거나 심하면 극단의 선택으로 결정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비법으로 난관을 헤쳐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 백 척의 장대 끝에 섰을 때 한 발만 앞으로 더 나아가면 새로운 세상이 드러난다)’

다시 의역(意譯)하여 설명하면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졌을 때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한 번 더 정진(精進)하면, 새로운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조선말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은 무역을 통해 돈을 번 자산가였다. 그는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인 의주(義州)에 살면서 인삼(人蔘)무역을 벌여 전국에서 손꼽히는 거상으로 군림했다.
그의 증조부는 원래 안주(安州)에 살다가 의주로 옮겨 와 장사를 했고, 아버지 임봉핵(林鳳翮)도 북경을 오가는 역관(通譯官)출신의 장사꾼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실패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옥은 한어(漢語/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역관(통역관)출신이다. 역관은 중국 상인과 무역을 하는 데에 좋은 밑천이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장사를 잘하는 기본 요건을 채울 수는 없었다.

임상옥은 18세 때부터 장삿길에 나섰다. 하지만 워낙 밑천이 없어서 북경을 출입할 때 크게 고생을 했다. 그의 나이 28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중국과 무역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당시 의주는 중국이나 여진족(女眞族)상인과 거래하는 무역의 중심지였고 청(淸)나라와 조선, 두 나라의 사신이 왕래할 때 어김없이 묵는 곳이기도 한 중요한 지역이기도 했다.

특히 팔포(八包)무역은 이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팔포무역이란 인삼무역을 할 때 제한된 인원 곧 한 사람당 인삼 80근만을 가져가 팔게 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중국 사람들은 고려인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처지였는데, 고려인삼을 불사(不死)의 명약(名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임상옥은 이에 착안해 인삼을 몽땅 거두어 북경에 가서 팔고 다시 비단, 당혜(唐鞋/ 가죽신) 등 생활용품과 사치품 따위를 사 가지고 와서 팔았다. 그는 10여 년 동안 이 일을 벌이며 뛰어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인삼의 독점(獨占) 매매권(賣買權)을 따내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북경에 인삼을 팔 수 없었다.

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임상옥이 많은 인삼을 싣고 북경에 들어갔을 때였다. 북경 상인들은 임상옥의 인삼을 싸게 사려고 담합(談合)하여 그의 인삼(人蔘)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와 상대도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지나도 그의 숙소에는 파리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고 귀국할 날짜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북경 상인들은 뒷전에서 히득거리며 그의 인삼을 헐값으로 인수해 낼 수 있다고 좋아들 하고 있었다. 이에 임상옥은 중국에 와있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이때 추사는 이렇게 썼다.

“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

추사의 조언을 이해한 임상옥은 인삼을 몽땅 여관 마당에 모아 놓고 불을 지르는 ‘쑈’를 시작했다. 몰래 동정을 엿보던 상인들이 달려와 허겁지겁 인삼에 붙은 불을 껐다.

이 인삼이 잿더미가 된다면 중국에는 인삼 공황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대체할 방안은 없었다. 인삼에 붙은 불을 끄고 난 뒤 중국의 인삼 상인들은 임상옥의 배짱에 놀라서 그에게 거듭 사과했고 인삼 값도 부르는 대로 쳐주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처방을 통하여 임상옥의 이름은 더욱 널리 알려졌다. 그의 상술은 더욱 빛났고, 재산도 나날이 불어났다.

성공한 사람이나 명품(名品)은 험한 상황과 고초를 겪어내야 이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전에 한번 제시한 시경(詩經)의 뜻깊은 명구절(名句節)을 다시 소개한다.

精金百鍊出紅爐(정금백련출홍로/ 좋은 쇠는 용광로에서 백 번을 단련해야 나오고

梅經寒苦發淸香(배경한고발청향/ 매화는 매운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 향기를 내뿜으며

人逢艱難顯氣節(인봉간난현기절/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야 기질과 절개가 드러난다.

금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고통을 참고 이겨내서 세계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염원(念願)한다.

癸卯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多福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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