鼓腹擊壤(고복격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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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鼓腹擊壤(고복격양)
  •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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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인문학 교수

제16편: 풍요로운 세상을 바라며 鼓腹擊壤(고복격양)을 생각한다.

 

고복격양은 鼓(두드릴 고), 服(배 복), 擊(칠 격), 壤(흙 양)의 네 글자로 이루어졌다.

이 고사성어는 (배가 불러)자기 배를 두드리며 (기분이 좋아) 땅을 쳐 박자를 맞추어 노래하며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의 고전 십팔사락(十八史略)에 나오는 이야기로 매우 살기 좋은 세상이나 어진 임금의 덕(德)을 칭송할 때 사용되고 있다.

고복격양(鼓腹擊壤)에 고복(鼓腹)은 먹을 것이 풍부해 항상 배불러 배를 두드리는 형상이요, 격양(擊壤)은 즐거워 노래함에 땅을 쳐, 장단을 맞추며 흥겨워함의 행동이다.

천하의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요(堯)임금이 나라를 통치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통치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임금은 평복으로 거리에 나섰다.

어느 네 거리를 지날 때였다. 어린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른바《강구요(康衢謠)이다​

 

立我烝民(입아증민) 우리가 이처럼 잘 살아가는 것은

莫匪爾極(막비이극)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不識不知(불식부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順帝之則(순제지측)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네

 

요(堯)임금은 어린이들의 순진한 노랫소리에 매우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흐뭇해진 임금은 어느새 마을 끝까지 걸어갔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한 노인이 우물우물 무언가를 씹으면서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막대기로 땅을 치며(鼓腹擊壤)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요(堯)임금이 가만히 들어보니 내용은 이렇다.

日出而作日入而息(일출이작일입이식/ 해 뜨면 (나아가)일하고 해 지면 (돌아와)쉬네.

耕田而食鑿井而飮(경전이식착정이음/ 밭 갈아 밥 먹고, 우물 파서 물마시니

帝力何有於我哉(제력하유어아재/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러한 백발노인이 고복격양(鼓腹擊壤)하면서 부르는 노래에 임금은 정말 기뻤다.

백성들이 아무 불만 없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쳐 박자를 맞추어 흥겨워하고, 정치의 힘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태평성대(太平聖代)인 것이다.

이 노래의 내용은 요(堯)임금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정치(政治)였다.

다시 말해서 요임금은 백성들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스스로 일하고, 먹고, 쉬는 이른바 ‘무위지치(無爲之治/성인의 덕이 지극하여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천하가 잘 다스려짐)’를 바랐던 것이다.

이어 요(堯)임금은 ‘임금 덕택이다.’ ‘좋은 정치다.’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그 노인처럼 백성이 정치의 힘을 의식하지 않고 풍요롭고, 즐겁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상적인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임금은 자신이 지금 정치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우리는 이렇게 정치에 의해서 평안한 삶을 누릴 때를 ‘강구연월(康衢煙月)’ 혹은 ‘태평성대(太平聖代)’라고 한다.

속담에도 ‘사람 삶에 등 뜨시고, 배부르면 최고다.’라고 한다. 먹고사는 것이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여유가 있으면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놀고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삶의 재미를 추구하게 된다.

반면 먹고살기 힘들고 삶이 팍팍해지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정치에 관여하게 된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공자(孔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정사(政事)에 대해서 물었다. 이에  공자는 ‘足食(족식/양식이 풍족하고), 足兵(족병/군대를 풍족하게 하고) 民信(민신/백성들이 믿는 것)이 정사이다.’라고 했다.

요즈음 말로 하면 정치는 국가 경제가 튼튼하여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를 보장하고, 국방과 안보를 튼튼히 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정부와 국민이 서로 신뢰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과연 세상에 태평성대나 지상낙원이 존재할까?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모든 국민이 똑같이 태평성대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하고, 밭에 있으면 거름이라고 한다. 모래가 방에 있으면 쓰레기라고 하고, 공사장에 있으면 재료라고 한다.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 자랑처럼 들린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하지만 직장 없는 사람에게는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면 불행하고 긍정적으로 보면 행복한 것이다. 모두가 태평성대(太平聖代)라고 생각하면 태평성대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정치 지도자(황제나 왕 또는 권력자)들이 영토 확장의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국은 전쟁을 일으켜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과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부역(賦役)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지도자들의 국가는 결국 멸망했다.

그러나 지도자가 백성과 고통을 함께하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하면 결국 그 나라는 흥하고 태평을 이루었던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요즈음의 정치판은 혼란과 무질서의 연속이다. 이들은 국민과 국가의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를 좇는 행동으로 정치의 중심과 비전을 볼 수 없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고복격양(鼓腹擊壤)’의 희망을 기대하면서 새삼스레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올해 계묘년(癸卯年)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기점으로 정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정국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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