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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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유혹
  •     민순혜/ 수필가
  • 승인 2023.03.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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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는가?

답은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일상탈출이 아닐까. 

시인 황동규는 여행의 유혹에 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다.

   너는 말한다.

   굴원을 보라 두보를 보라 랭보를 보라

   문질러진 고향을 지니고 떠도는 자들,

   그들의 눈의 물에

   무수히 지피는 지평선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지평선도 있었어.

   해들이 지지 않고 서쪽 하늘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저녁도 있었어.

   너는 말한다.

                          ㅡ황동규,「여행의 유혹」부분 (『비가』문학동네, 2004)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나는 성인이 된 후는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외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모험심을 발휘하는 오지탐험보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풍광이 수려한 곳이나 유적지, 미술관, 박물관, 테마파크 등을 선호한다. 매번 다녀와서 간단히 메모하고, 지난 여행에 쓴 메모와 비교하며 여행기를 기록하는 것도 여행을 하면서 갖게 되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폴 서루는『여행자의 책(The Tao of Travel)』에서 '여행 문학의 거장'이라는 호칭답게 50년간 전 세계를 여행하고 40년간 여행담을 글로 써왔다고 한다.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 강단에도 섰으며 여행이 좋아 각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그는 여행자의 책 프롤로그에서 “여행에 대한 동경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움직이고 싶은 욕망, 호기심을 채우거나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싶은 욕망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외국 여행을 간 곳은 독일이었다. 오래전,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의 초대를 받아 친구 집에 석 달간 머물면서 친구와 같이, 혹은 나 혼자 유럽의 많은 곳을 여행했다. 하지만 그때는 한국 여행객은 물론이고 한국어로 된 여행정보 책자도 별로 없을 때여서 가는 곳마다 좌충우돌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델란드 등 여행하며 유적지나 미술관, 박물관 등 찾아다녔다. 그중 독일에서 첫 방문지였던 프랑크푸르트 ‘괴테의 생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만 익숙해 있다가 생가를 방문하니, 마치 가상 세계에 다녀온 것 같다고 할까.

 

독일을 다녀온 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으로 다시 가보곤 했지만, 처음과 같은 설렘보다는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에 비중을 두었던 것 같다.  

  나는 국내도 그렇고 외국 여행을 갈 때는 현지 여행정보가 있는 후기를 다수 읽는다. 전문 작가, 혹은 예술 작가가 쓴 후기를 주로 읽지만, 일반인이 소소하게 쓴 후기도 즐겨 읽는다. 오지 여행가 한비야가 쓴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은 네 권 모두 샀다. 박완서의 티베트. 네팔 여행기『모독』, 김혜순 시인의 스페인 여행기『들끓는 사랑』, 이나미의 『프라하에서 길을 걷다』등 여행기가 우리집 책장 벽면에 꽉 차 있다. 『실크로드의 꿈』 저자 심상호 작가는, 처음에는 당나귀로 그리고 두 번째는 핸드카를 끌고 부옇게 흙먼지 나는 길을 걸어서 여행을 했던 실크로드의 여행담 가운데서 이렇게 말했다.

 

 ‘실크로드(Silk Road)’그 길을 따라 과거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오래된 꿈이 있었다.  

나이 육십, 비로소 마음만 먹으면 출발할 수 있을 때 바로 보따리를 쌌다. 단지 열정만을 믿고 봄철 샤천 바오(沙塵暴, 모래먼지폭풍)가 휘몰아치는 사막에 몸을 던졌다. 추운 사막의 밤을 지새웠고 형편없는 몸으로 배를 주리며 고원을 넘기도 했다.

                                                                                  ㅡ<서문>에서

 여행의 정석은 없는 것 같다.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자신의 원하는 세계를 향해 도전하든가, 즐기던가 하는 것 같다. 여행 문학의 거장 폴 서루가『여행자의 책』 프롤로그에서 “여행에 대한 동경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그것은 움직이고 싶은 욕망, 호기심을 채우거나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싶은 욕망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싶기에 여행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전 출생 2010년 『시에』로 등단. 수필집 『내 마음의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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