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을 기다리며 본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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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을 기다리며 본 분리수거
  • 김윤수 시인
  • 승인 2023.04.1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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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시인[사진=광장21]
김윤수 시인

 

 

 

 

 

 

 

정지선에 서 있었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지
작은 약속이지만, 우리에게 신호는 지침이자 신뢰이지.

(계절처럼 바뀌지만 그 계절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의 축소된 삶이라면, 너무 비약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어.

그때
앞 횡단보도에 비닐 조각이 날리고 있었어.

어떤 사람은 힐끗 보고 가고, 어떤 사람은 그 조각을 피해서 가는데, 몸이 넉넉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그 비닐을 줍더니 들고 건너는 거야

신호가 바뀔 거 같은데
저 아주머니가 빨리 건너가기를
나도 모르게 바라며 지켜보고 있더라고.

다행히 신호가 끝나기 전에 도로를 건넜고, 그 아주머니의 마지막 마무리를 볼 수 있었지.

만약 끝까지 보지를 못했다면,
그 후의 비닐 조각 처리 과정이 많이 궁금했을 거야
어떻게 처리를 했을까 하고.. 

실은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거든, 그 아주머니가 주워서 들고 가는 것만으로 그분을 신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여야 하거든.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잖아
특히, 정치하는 애들 보면 앞과 뒤를 꼭 지켜봐야 그놈들의 인간성을 알 수 있잖아.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활화된 것이지.

다행히 아주머니는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서 길가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고 가더라고. 지켜본 나는 마음이 안심되면서 백 미터 달리기를 일등으로 들어온 기분이 되더라고..


그러고 보면
세상을 보는 눈도
그 짓도
그리고 그 행위를 보면서 생각하는 마음도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더라구요.

덧붙이자면,
크는 애들에게 공부만 주입시킬 게 아니라 올바른 마음과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짜 넣어줘야 돼.
쾌락과 일확천금이 아닌, 
도덕과 예와 양심의 프레임을ᆢ

바람에 흔들거리는 비닐 조각을 보면서, 우리의 행위를 보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더 깊이 생각하며 정리하자면,

미미했던 존재가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되고
그 임무를 끝나자
가는 곳은
우리가 말하는 늙음이더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
그 임무가 끝나면 어떤 곳으로 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아직 모르지만

저 비닐 조각처럼
하우스의 천장이 되었던
비닐 옷이 되었던
시기가 지나면 낡아 필요치 않고
그때는 가야 된다는 것이
철칙이라 생각하지

우리는
죽음이라 말하지만
그 죽음은
땅에 묻히는 것으로 끝날까?

아니야
저 비닐처럼
하늘에서 분리수거를 하고
다시
재 탄생할 것이란 것이

이 방대하고
무한정한 우주를 볼 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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